[삶과 주택]노년의 평온 가득… 안양 「동암당」

  • 입력 1997년 9월 1일 08시 10분


코멘트
과천과 평촌 두 도시 사이의 전원에 위치한 「동암당」은 관악산의 안양방향 남서쪽 자락에 자리잡은 동말이라 불리던 마을의 안쪽에 있다. 동말은 아직도 과거의 마을 모습이 남아 있어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평촌의 높은 아파트군이 낯설어 보이는 그런 마을이다. 오래된 낡은 고향집을 허물고 살기 편한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지에 가보니 도회지 건물 사이의 쉼터가 생각났다. 서쪽으로 낮은 산이 둘러싸고 있고 남쪽의 원경과 동쪽의 앞산 숲이 보이는 경관이 좋은 입지였다. 대부분의 건축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주택설계에 있어 대지와 프로그램의 해석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주어진 대지마다 형태와 환경이 다르므로 대지의 특성을 잘 해석해 대지와 건물―집과의 관계를 바르게 설정해야 한다. 과거 선조들이 중요시했던 풍수(風水)라든지 양택(陽宅)이라든지 하는 것도 입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어떠한 내용의 주택이 요구되는가이다. 동암당의 프로그램은 방이 세개이고 분가한 가족들이 모일 수 있게 거실이 넓어야 하며 내부에 계단이 없는 단층집으로 은퇴한 부부가 관리하기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이었다. 살기 편하다는 것은 단지 기능적 편리성보다는 공간의 짜임새가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형태적으로 화려한 집보다는 삶을 포용할 수 있는 소박한 주택을 생각하게 했다. 비교적 넓지 않은 대지에 속이 깊은 집을 짓기 위해 먼저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진입공간을 하나의 켜로서 구분했고 이 켜는 공용의 길에서 사적인 개인공간으로 들어오는 문간 역할을 하게 했다. 안채는 안마당을 중심으로 한 ㄷ자 형태의 건물로 설계했다. 남쪽의 트인 경관은 마당을 통해 대청마루인 거실로 들어오며 안방에서는 앞산의 모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현관쪽에는 손님방을 두어 창을 열면 툇마루를 통해 마당공간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등 우리의 전통주거가 가지고 있는 열림과 닫힘의 어휘들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했다. 안방과 거실 식당 등은 경사지붕으로 처리해 담고 있는 공간이 크기가 변하는 것을 느끼게 했으며 이들 공간은 현관이나 통로 같은 서비스공간으로 연결이 돼 하나가 됐다. 현관에서 거실을 거쳐 식당으로 연결되는 공간의 변화는 식당 외부의 테라스를 통해 서쪽의 산속으로 향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마무리했다. 손두호 (모람 건축사사무소 소장) ▼약력 △서울대 건축과졸 △미국MIT대 건축학석사 △경원대 이화여대 강사 △건축대전 초대작가 02―595―5895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