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민원점검/평촌]무더운 여름…쉴 공원이 없다

  • 입력 1997년 6월 28일 20시 19분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에 사는 劉榮洪(유영홍·38·회사원·샛별단지 한양아파트)씨는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달 중순 집 부근의 중앙공원에 갔다가 오히려 더위만 먹었다. 공원 한쪽 잔디밭에 나무가 심어져 있었으나 들어갈 수 없어 산책로 그늘막에 앉았지만 복사열 때문에 시원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나무그늘이 있는 자유공원까지 걸어가려다 도로에 가로수 그늘이 없어 포기했다. 경수산업도로 옆 소공원은 차량 소음으로 시끄러워 갈 마음이 내키지 않아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평촌처럼 벌판에 세워진 신도시에서 시민들에게 시원함을 제공하는 공원은 필수요건이다. 가까운 곳에 자연공원이 없어 휴식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밤늦게까지 복사열이 남아 열섬현상을 일으키기 때문. 그러나 평촌신도시의 공원녹지면적은 1인당 1.26평으로 자연녹지가 많은 안양 구시가지의 5.79평에 비해 훨씬 적다. 평촌신도시에는 시청앞에 3만7천여평(중앙공원), 서울외곽순환도로 남쪽 갈산동에 5만여평(자유공원)규모의 도심공원이 있다. 그러나 16만 주민의 휴식처가 되기에는 이 정도의 공원 규모로는 절대 부족하다. 그나마 심어놓은 나무가 어려 나무그늘 제공 등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안양시도 지금의 어린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시원한 나무그늘을 형성하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공원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반면에 새로 나타난 현상은 불량청소년들의 탈선행위. 이들은 밤늦게 공원에 몰려들어 술을 마시고 화장실의 유리창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려 시당국은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도개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공원전문가인 成炫贊(성현찬)씨는 『집이 평촌에 있지만 승용차로 20여분 걸리는 분당신도시의 중앙공원을 종종 찾는다』며 『평촌의 도심공원은 근본적으로 잘못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수나 시냇물 분수대 등 친수(親水)공간이 전혀 없고 △인공적 구릉지를 조성해야 하는데도 사방이 평평하며 △밀집된 수목지대를 조성하지 않고 나무를 띄엄띄엄 심어 여름철 열 흡수가 어렵다는 점 등을 평촌공원의 취약점으로 들었다. 〈평촌〓조병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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