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6위로 시드조차 배정받지 못한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이 97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여자단식에서는 세계 9위 이바 마욜리(크로아티아)가 테니스여왕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를 꺾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대회에서 우승했다.
쿠에르텐은 8일 파리 롤랑가로테니스센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93, 94년대회 2연패의 세르히 브루게라(스페인)에 3대0(6―3, 6―4, 6―2)으로 완승, 프랑스오픈 사상 가장 낮은 랭킹으로 우승하는 기록을 남겼다.
한편 지난 7일의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마욜리가 힝기스에 2대0(6―4, 6―2)으로 승리,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최초의 크로아티아선수로 기록됐다.
반면 호주오픈에 이어 그랜드슬램 연속우승을 노리던 힝기스는 이로써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투어대회 연승행진을 37경기에서 멈추었다.
쿠에르텐은 이번 대회에서 「클레이코트의 황제」 토마스 무스터(오스트리아), 지난해 챔피언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를 나란히 꺾는 돌풍을 결승전까지 이어 나가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쿠에르텐은 우승상금으로 69만5천4백48달러(약 6억2천만원), 브루게라는 준우승상금으로 34만7천3백24달러(약 3억원)를 받았고 마욜리는 65만4천1백15달러(약 5억8천만원), 힝기스는 32만7천58달러(약 2억8천만원)를 각각 받았다.
▼ 데뷔 3년만에 정상 쿠에르텐 ▼
노란 병아리 색깔 상의와 양말, 푸른 빛깔 바지와 운동화, 이마에는 하얀 머리띠.
어설픈 패션모델처럼 보이는 브라질의 쿠에르텐(21). 그는 이번 대회 뜻밖의 우승 못지않게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몸짓으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렸었다.
큰 키(1m90)에 비교적 여윈 몸매, 소년같은 해맑은 미소의 주인공. 그의 어디에서 그토록 강한 서브와 베이스라인 깊숙이 파고드는 톱스핀의 힘이 솟구쳐 나올까.
그러나 그는 분명 97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챔피언이 돼 하루아침에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브라질 선수로는 처음, 또 남미선수로는 90년 안드레 고메즈(에콰도르)가 우승한 이래 7년만의 경사다.
쿠에르텐이 프로테니스계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94년. 그러나 그는 지난 3년간 주요대회에 꾸준히 나갔으나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채 무명의 설움만 되씹어야 했다.
그러던 그가 이날 세계정상까지 오르게 된 것은 그동안 굵직한 대회에서 세계테니스의 흐름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면서 기량을 키워나간 결과. 프로데뷔 3년만에 세계 4백위권에서 66위까지 단숨에 뛰어오른 것이 이를 입증한다.
〈홍순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