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54〉
나는 그 사내를 약간 나무라는 투로 말했습니다.
『부인을 잃은 당신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제발 기운을 차리시오. 그리고 자신이 죽는 일을 그리 경솔하게 입에 담는 게 아니랍니다. 당신은 건강하고 튼튼하지 않소』
내가 이렇게 말했지만 사내는 여전히 그 절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건강하다고요? 튼튼하다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내일이면 나는 이미 당신을 볼 수 없을 거요. 부활의 날까지 두번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요』
『그건 무슨 소리요?』
아내를 잃고 슬퍼하는 이 사내의 처지가 하 딱하여 나는 그 말같지 않은 말을 계속해서 상대했습니다.
『내일이랄 것도 없어요. 오늘 아내는 매장되고 나도 같은 무덤에 묻히게 될 거요. 왜냐하면, 아내가 먼저 죽으면 남편도 함께 생매장되고, 남편이 먼저 죽으면 아내 역시 생매장을 하는 것이 이 나라 풍습이니까요』
사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요? 아내가 죽으면 남편을 함께 생매장하고, 남편이 먼저 죽으면 아내를 함께 생매장 한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말이 되고 안되고가 어디 있어요? 이 나라에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인 걸요. 따라서 남편이나 아내 중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여생을 즐길 수가 없단 말입니다』
그가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거 큰일났군! 이 세상에 다시없는 악습이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이야!』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죽은 부인과 그 남편을 조상하며 애도의 뜻을 표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애도를 표하는 동안 아내를 잃은 사내는 비통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사람들은 관례에 따라 죽은 부인의 시체를 씻기고 갖은 보석들로 치장을 한 뒤 관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과 함께 상여에 싣고는 교외로 떠메고 갔습니다. 생매장을 당하게 된 남편이 공포에 찬 비명을 질러댔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동은 섬의 끝, 해변에 위치한 산기슭으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그들은 일단 상여를 내려 놓은 뒤 커다란 바위를 들어 젖혔습니다. 그러자 우물처럼 생긴 커다란 구멍이 입을 딱 벌리고 있었습니다. 바위 밑에는 그러니까 몹시 깊고 넓은 구덩이가 하나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우선 그 깊은 구덩이 속으로 시체를 던져넣었습니다. 그런 다음 남편의 겨드랑 밑을 밧줄로 묶은 채 아래로 내려보내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그 남편에게 저승길의 양식으로 커다란 물병 하나와 일곱 개의 보리과자를 넣어주었습니다. 구덩이 밑바닥에 닿자 남편은 밧줄을 풀었고, 사람들은 그 밧줄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런 다음 아까 들어젖혔던 바위를 굴려 구멍을 막아버렸습니다. 그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정말이지 이건 너무나 끔찍한 풍속이야. 언니가 죽었다고 여동생이 형부와 함께 사는 미르쟌 왕국의 풍속은 여기에 비할 바가 아니야』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