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포수는 어머니다』…투수 조용히 내조

  • 입력 1997년 5월 26일 20시 24분


얼마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직장여성보다 수입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다. 온갖 집안일과 육아, 재테크에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요즘 어머니들은 굳이 이같은 통계가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야구에서 포수가 그렇다. 마스크와 보호대로 무장한채 투수들의 볼을 묵묵히 받아내는 역할이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머니의 역할과 비슷하다. 지난 22일 OB 김상진이 잠실 롯데전에서 오랜만에 완봉승을 거둘 때 김인식 감독은 그동안 마스크를 써왔던 신인포수 진갑룡 대신에 경험이 풍부한 김태형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가뜩이나 예민한 김상진이 그동안 신인 포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볼 던지는 자체보다도 볼 배합이나 다른 자질구레한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결국 김상진은 김태형의 차분한 리드에 힘입어 볼 던지는 것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완봉승까지 거뒀다. LA다저스의 박찬호를 보자.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로 꼽히는 마이크 피아자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사실 피아자는 공격형 포수이지 살뜰히 투수를 보살피는 수비형 포수는 아니다. 최근 박찬호의 볼이 단조로운 것도 투수를 제대로 리드해야할 피아자에게 책임이 있고 이런 점에서 박찬호는 불운하다. 요즘 나란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한화 롯데 현대의 공통적인 문제점도 주전 포수가 부상으로 빠진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애들의 동네야구를 보면 포수는 대개 기피한다. 투수나 유격수에 비해 화려하지도 않을뿐 아니라 볼에 맞을 위험성이 높고 쪼그려 앉아 볼을 받는 것이 지루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포수는 힘들다. 하지만 잘 되는 가정엔 좋은 어머니가 있고 잘 하는 야구팀엔 훌륭한 포수가 있다. 누구나 포수가 되길 원하는 세상, 그런 사회라면 우리들 사는 모습도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하일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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