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산中企 3월 1천곳…은행,담보불구 어음할인거절

  • 입력 1997년 3월 21일 20시 10분


[이희성·이용재 기자] 경기도 안산의 봉강제조업체 D공업사는 한보철강에 5억원이 물리는 바람에 지난 13일 부도가 났다. D공업사 K사장은 『한보철강이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바람에 지난해 12월부터 직원들의 연월차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며 『직원들 상여금이라도 마련하려고 어음을 들고 은행에서 사채시장까지 훑었으나 어느 곳에서도 할인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D공업은 지난 13일 돌아온 1억3천만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메이커의 1차 하청업체였던 경기도 안산의 플랜트설비업체 J산업은 반월공단에서 한때 잘 나가는 업체로 손꼽혔다. 그러나 올들어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어음할인에 어려움을 겪다가 수주물량마저 줄어드는 바람에 극심한 자금난에 빠졌다. J산업의 자금난이 외부에 알려지기 무섭게 거래 은행이 어음할인을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부도를 우려한 거래업체들은 J산업에 주문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회사는 이달초 8억원을 못막아 최종부도처리됐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最古)보석상인 경화당과 국내 최대다이아몬드 가공업체인 코리아다이아몬드도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7일 쓰러지고 말았다. 한보부도이후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생산현장은 뒷전이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 은행과 제2금융권 사채시장을 전전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도 김포군의 S가구사 S사장은 『1천2백만원짜리 어음을 들고 거래은행을 찾아갔으나 할인하지 못했다』며 『아직까지 2천만원상당의 담보여력이 있는데도 거래은행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공휴일을 제외한 16일동안 서울지역에서 부도로 당좌거래가 정지된 업체는 법인기업 2백42개, 개인기업 1백47개 등 모두 3백89개에 달하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24개 업체꼴로 작년 하루평균 15개는 물론 한보사태후 2월말까지의 평균 18개보다 훨씬 많았다. 또 서울의 부도업체수가 전체의 40%정도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들어 전국 부도업체수는 9백∼1천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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