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별없는 사회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

  • 입력 1997년 3월 21일 20시 10분


동아일보사는 며칠전 새 공동체를 위한 국민통합의 의식혁명을 고취하는 연재물에서 지역감정 해소문제를 설득력있게 제기했다.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표류하는 밑바탕에는 그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가 지역 학벌 등 차별을 오히려 제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이 공감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지연 학연 혈연 등 1차적 인간관계는 정서적으로는 아름답고 다감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사적인 차원을 넘어 국가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는 근대화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제도는 근대화된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의식은 전근대적 연고주의의 고리에 묶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이 친인척을 관리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권력이 지연 학연으로 맺어진 사익추구 집단에 둘러싸여 국정을 그르쳐 온 것이 최근 우리 정치가 보여준 부정적 현상이다. 특히 과거 군부 권위주의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지역주의는 영남―호남 또는 호남―반호남 구도를 넘어 최근 수년 사이에는 충청 강원도까지 이에 가세하고 영남 자체 내에서도 경북과 경남이 분화되는 등 실로 망국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남북한으로 분단된 남한 사회 내부에서 다시 지역에 따라 의식이 분화되는 파괴적 분열상을 보이면서 정치사회의 지역문제가 시민사회 수준으로까지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망국적 지역감정을 조성하고 증폭한 것이 선거였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정치세력들이 목전의 승리를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집권세력은 엘리트 충원과 정치사회적 자원의 배분과정에서 지역연고를 달리하는 세력을 배제했다.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일상생활에서는 지역주의를 개탄하면서도 선거때만 되면 너나 없이 지역주의의 포로가 됐다. 이것이 국가 사회를 분열시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된 것이다. 올 연말에는 또 한번의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또 다시 정책대결이 아니라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선거로 치러지는 경우 국가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것은 뻔하다. 정치인들은 무엇보다도 이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들도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정치인은 단호히 배격한다는 성숙한 자세로 국가통합의 위기를 시민수준에서부터 극복해 나가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당을 민주화하고 정치세력들 사이의 민주주의적 경쟁을 보장하는 정치문화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차별 없는 통합사회는 의식과 제도 양면의 개혁에서 추구돼야 할 시급한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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