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월촌 초등6년생 강참,시사만화 『척척』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이인철 기자] 서울 월촌초등학교 6학년 강참군(13)은 친구들 사이에선 「시사만화가」로 통한다. 그렇다고 정식으로 등단한 건 아니다. 다만 만화 그리는 것이 좋아 자신이 본 세상을 곧잘 만화로 표현할 뿐이다. 두살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가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닌 강군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93년 미국에서 귀국하면서부터였다. 귀국후 우리 초등학교 3학년에 들어갔지만 자유분방한 미국의 학교 분위기와는 너무 달라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부터 자신이 학교에서 겪은 일이나 심리적 갈등을 4컷짜리 만화나 만평(漫評)형식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루에 50여장씩 그리기도 했습니다. 쌓였던 감정을 만화로 표현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싹 없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강군에게 한국의 학교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불친절하고 야단만 치는 선생님, 경찰관처럼 군림하려는 상급생들, 내 잘못도 아닌데 받아야 하는 단체기합….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 그래선지 비교육적인 학교현장을 풍자하는 만화가 많다. 잘못을 저지른 여섯살짜리 어린이에게 가장 무서운 벌을 「학교에 입학하라」는 것으로 묘사하고 졸업을 「수형생활후의 출소」로 표현한 기발한 발상의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강군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잘된 그림 5백여점을 「가보1호」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아버지 강태중씨(42·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는 『아들의 성장과정과 세상을 보는 눈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그림들이어서 책으로 엮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군의 시각은 또래들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날카롭다. 그는 시사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일간지는 물론 「타임지(誌)」까지 읽고 유명한 시사만화는 빠짐없이 스크랩한다. 노동법파동 한보사태 등 큰 사건들에 대해서도 어른 못지않게 훤하다. 강군은 『루리 같은 훌륭한 시사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단순한 손재주보다는 풍부한 교양을 갖춰야 할 것같아 세계사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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