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1세기는 누구의 것인가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스위스의 다보스란 조그마한 산골 스키마을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각계 지도자들로 크게 붐빈다. 이곳에서 세계경제뿐 아니라 국제정치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주요 현안과 그 해결방안에 관한 토론과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각종 새로운 아이디어와 앞을 꿰뚫어보는 비전이 제시되는 「세계경제포럼」 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스위스와 「다보스 포럼」▼ 금년에도 이 회의(1월30일∼2월4일)에는 세계 주요국의 경제담당장관들과 민간기업총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행정수반과 국회의원 등 1천7백여명의 주요인사들이 참여했다. 이중에 북한의 대외경제 협력추진위원장도 포함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다만 현재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내사정으로 더 많은 기업인들과 정부정책 담당자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6일간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경제와 주요지역경제, 국제금융과 통상문제, 정보화시대의 기업과 인터넷의 미래 등 경제 경영 관련주제로부터 국제정치와 안보, 유전학과 새로운 질병, 그리고 중국의학과 서양문화 등에 이르는 정말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이와 관련해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주제마다 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을 뿐 아니라 모든 회의가 거의 완벽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 많은 돈을 들여가며 이 회의에 꼭 참여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는 이웃 이탈리아나 프랑스 스페인과 같이 자기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적 유산만을 잘 보존해도 외화를 크게 벌어들일 수 있는 입장에 있지 못하다. 따라서 스위스 사람들은 이렇게 머리를 써서 「스스로 만들어낸 비교우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전력을 경주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회의의 여러 주제중 새삼스레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다름아닌 「21세기, 누구의 것?」이었다. 다가오는 21세기의 정보화시대 혹은 지식사회에서는 정부와 국민들이 함께 머리를 써서 스스로 창출해내는 비교우위를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나라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는 민간의 창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뿐아니라 국민들의 지식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교육부문에 끊임없는 투자와 전략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마련될 때 이번 회의에도 참석하여 가장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는 미국의 빌 게이츠같이 창의력이 넘치는 많은 기업인들의 출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창의성에 미래 달려▼ 이와 관련해 얼마전 어느 프랑스 각료급인사가 프랑스에도 빌 게이츠와 같은 기업인들이 많이 나와야 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미국의 어느 유명 경제전문지의 기자가 쓴 글이 생각난다. 그 글의 골자는 노동시장이 미국에 비해 훨씬 경직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갖고 있는 프랑스에 빌 게이츠와 같은 기업인들이 많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노동법개정과 관련해 우리 정치권과 노사양측이 같이 곰곰 생각해 볼 문제다. 과연 21세기를 누가 주도해나갈 것인지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종 규제완화와 제도개혁에 성공한다는 전제 아래 아시아 제국이 21세기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것이다. 정부와 온국민이 심기일전해 21세기준비에 매진해야 할 때다. 사공일<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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