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부도 미스터리]9백억자본으로 5조사업 벌여

입력 1997-01-23 20:34수정 2009-09-2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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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세운 사상누각」. 한보철강은 출발부터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한마디로 의혹투성이다. 우선 자본금이 9백억원인 기업 규모로 자본금의 60배를 넘는 5조7천억원의 사업을 벌인 것 자체가 납득이 안된다. 재계에서는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91년 구속된 뒤 2년반만에 경영에 복귀, 상아제약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공격경영을 펼친 배경에 대해 의아해한다. 아산만철강단지사업은 특히 그렇다. 지난 94년 30대여신기업군에 편입될 당시 제일 조흥 서울은행 등이 주거래은행 맡기를 꺼려 은행감독원이 중재에 나설 정도로 회사내용이 좋지 않았다. 이런 회사가 5조원 규모의 초대형 아산만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4천3백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유원건설을 인수하는 등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던 「괴력」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인가. 한보측은 당시 기계설비자금은 정부로부터 융자받고 공장건설자금은 산업은행으로부터 60%이상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산만 프로젝트에 소요된 자체자금은 2조원안팎이라고 주장한다. 부산공장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 분양하고 시가 수조원인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면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한보측 설명이었다. 문제는 5조원대에 달하는 한보철강의 봉이 김선달식 사업에 대해 산업은행이 설비자금을 선뜻 제공한 배경에 있다. 정상적인 관행으론 있을 수 없는 대출이었는데도 제동이 전혀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갖가지 설이 꼬리를 물었고 한보와 정치권 실세와의 관계설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채권은행의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설비자금을 대출해주면서 은행들이 물리기 시작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설비자금을 대출해준데다 한보측이 제일 산업 조흥 외환은행에 시설도입신용장을 3억달러씩 배정했다』고 말했다. 잘나가던 한보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건설경기침체로 부동산매각이 차질을 빚고 사업비가 예상을 뛰어넘어 급격히 불어나면서부터. 한보는 심각한 자금난을 거듭하면서 자체능력으론 어음 한 장 막지 못할 지경이 됐고 증권가에선 「한보그룹이 정치권 실세와의 관계가 끝장났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채권은행들은 정총회장으로는 도저히 안된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한보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인 태도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공장완공때까지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했다가 다음날은 부도불사라며 초강경태도를 보이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정부당국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 최근 한보문제를 집중보도한 것이 한보철강에 대한 처리속도를 빠르게 했을 뿐』이라고 말해 이미 은행 정부 정치권 사이에서 이 문제가 깊숙이 논의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아무튼 금융가에선 한보대출이 한보의 능력과 신용, 또 이에 대한 은행의 자체 평가에 의해 이뤄진 것은 분명 아니며 과거 정치권력이 금융에 개입한 이상의 외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白承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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