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금융개혁委에 거는 기대

  • 입력 1997년 1월 22일 20시 51분


3.1운동을 연상시키는 31인의 금융개혁위원들이 선정 발표되던 날 어떤 언론인이 금개위(金改委)는 금융개혁위원회가 아니라 금융개선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평을 했다. 기대에 비해 개혁성향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그분들의 전문성이나 금융개혁이 갖는 역사적 사명을 생각하면 아직도 기대를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개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 「금융수출」 제시하길 ▼ 우선 「금융개혁을 노래」한 지가 너무나 오랫동안이었기 때문에 울다 지친 지경에 이르렀다. 뒤늦게 착수한 만큼 어지간히 과감한 내용을 담지 않으면 「역시나」하고 실망할 거라는 상황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금개위에서 다룰 내용이나 정도가 청와대 주문대로일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좀 더 자유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있다면 주제설정부터 「정권을 뛰어넘어」 본격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 가계나 기업 등 자금수요자가 은행 등 신용공급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거래할 만한 여건마련에 주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의 열매가 내년이후에나 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계상황에 이른 비금융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방안제시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계기로 템포가 빨라지는 금융산업의 국내시장 지키기에 머물지 말고 아예 「금융산업의 수출산업화 방안」까지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셋째, 금융개혁작업의 직접적 동기로는 국내자본시장의 개방, 국내기업들의 해외금융시장이용 확대 그리고 외국금융기관의 국내진출확대 등 몇 가지가 있겠다. 그러나 같은 금융개방화와 관련된 주제라도 그 범주가 단순히 금융시장 수급상태의 변화나 금융산업 구조개편 내지 금융감독체계의 개선정도에 머물지 말고 아예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계선」을 긋거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관계」를 금융논리와 산업논리 기업경영논리간의 균형된 시각에서 정돈시키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금융개혁문제를 다루는 시각은 우리 금융시장도 이제는 세계시장의 일부라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 금융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과연 얼마나 특별한가, 어떤 측면에서 별도로 취급해야 하는가라는 점에서 너무 과거 관행 의존형이어서는 안된다. 공정하고 자유스런 경쟁촉진이 제일 중요한 기준이어야 한다. 반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만큼 과거처럼 원론적 얘기를 되풀이한다든지 금융감독기관들의 음성적 위협에 아부하거나 금융업계 내부의 갈등과 대립을 덮어버리거나 해서는 실망만 줄 뿐이다. 다섯째, 다음 정권 출범직후라도 빨리 금융개혁이 집행될 수 있도록 이번 개혁안은 부문별로 매우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형태로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잠시라도 잊지 말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주체는 결국 금융기관 주주이며 금융기관의 종사자들이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심하게 헝클어져 있는 금융기관의 진입과 퇴출기준도 단순명쾌하게 정리돼야 한다. ▼ 자유경쟁 촉진 초점을 ▼ 한편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상호지배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찾아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영구조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참여자들끼리 공존하는 틀을 제시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러나 개혁의 핵심은 주인이라야 실천한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점은 금년도에는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요소가 많은 만큼 내년도 이후 과제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한 구 <대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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