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노상시비]현장시비말고 보험사에 신고를

  • 입력 1997년 1월 10일 22시 02분


「특별취재팀〓金熹暻 기자」 구랍 26일 오전10시경 서울 시청옆. 승합차 운전사와 택시기사가 도로에 나란히 차를 세워둔 채 멱살잡이를 하고 있었다. 시청 뒤편으로 우회전하는 일방통행로에 서로 먼저 진입하기 위해 추월경쟁을 벌이다 접촉사고가 났고 결국 싸움으로 번진 것. 이들이 길을 막고 주먹다짐을 벌이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량들이 줄지어 섰고 한산하던 도로가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했다. 사소한 접촉사고가 나도 도로 한가운데 버젓이 차를 세워둔 채 운전자들이 시비를 벌이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같은 노상다툼이 죽음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지난 94년 10월19일 오전5시20분. 서울 동작구 김포공항방면 올림픽대로에서 차를 세워두고 말다툼을 벌이던 화물트럭운전사 이유근씨(26)와 강명호씨(35)가 뒤따라오던 버스에 치여 그자리에서 숨졌다. 이날 강씨의 트럭바퀴에서 돌이 튀어 이씨의 트럭 앞유리창이 깨지면서 노상에서 말다툼이 붙었다. 경찰은 이같은 노상다툼을 규제하기 위해 노상다툼을 벌이던 운전자를 구속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해 7월10일 편도2차로 도로에서 승용차와 접촉사고가 나자 시비를 벌이느라 승객이 탑승한 버스를 1시간이 넘도록 길에 방치한 시내버스 운전사 이모씨(38)에게 이례적으로 교통방해혐의를 적용, 구속했다. 같은달 19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간선도로에 차를 20여분간 세워둔 채 차선시비로 주먹다짐을 하던 승용차 운전자 노모씨(30)와 시내버스 운전사 박모씨(47)를 구속했다. ▼ 범칙금 부과 효과 없어 ▼ 경찰은 95년 도로교통법을 개정, 노상다툼을 벌이는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종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오모의경(21)은 『노상다툼이 극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비를 가리는 운전자들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노상다툼은 교통정체를 야기하는 주범이다. 95년 「노상다툼 방지대책」을 추진했던 국가경쟁력강화 기획단에 따르면 도시교통이 정체되는 원인 가운데 교통사고 노상다툼 등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정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0∼40%에 달한다. 교통사고후 노상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우선 대다수 운전자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 사고현장에서 차를 이동시키면 잘잘못을 가리기가 어려워지므로 경찰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경우가 많다. 보험처리를 하기가 애매한 경미한 접촉사고의 경우 시비를 가려줄 제도가 없다는 점도 노상다툼을 부추기는 요인중의 하나다. 이런 점에서 영국보험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미한 교통사고 처리요령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영국보험협회는 우선 운전자들에게 통일된 양식의 사고발생보고서를 배포한 뒤 사고가 나면 상대방 운전자의 이름과 주소, 차량번호와 차종, 보험회사명과 증서번호 등을 적어 자신의 보험회사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회사의 사고처리에 어려움을 줄 수 있으므로 사고현장에서는 누가 잘못했는지 절대로 논의하지 말라. 사고현장에서 오고간 말들은 나중에 보험회사에 신고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에 대한 자신의 주장도 보험회사에 이야기하면 되고 사고처리비용을 보험처리 할 것인지 자비 부담할 것인지도 보험회사에 통보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현장처리 보험사 맡겨야 ▼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의 薛載勳(설재훈)박사는 『우리나라에서도 각 보험회사가 사고처리 협조요청서를 운전자에게 배포, 휴대하도록 하고 사고발생후 요청서에 이름 전화번호 보험회사 이름 등을 기록, 교환하고 목격자를 확보한뒤 다툼없이 헤어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박사는 『운전자들이 1회용 사진기를 휴대, 사고발생후 촬영한 사진을 증거자료로 활용하고 각 보험회사에서는 운전자로부터 사고처리협조 요청서와 사진자료 등을 제출받으면 이를 신속하게 처리해주는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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