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金대통령의 답변

  • 입력 1997년 1월 7일 20시 07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7일 연두회견은 지난 4년간의 「화려한 치적」 자랑으로 시작됐다. 김대통령의 회견문중 심각한 나라사정에 대한 언급은 『우리는 지금 경상수지적자가 늘어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한 대목뿐이었다.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은 물론 한마디도 없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은 특유의 「YS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신경제 5개년계획」의 성패를 묻는 질문에 김대통령은 『내가 취임한 해에는 경제가 아주 나빴다. 그러나 그후 2년간은 경제가 아주 좋았다』고만 대답했다. 답변내용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 이날 한가지 「소득」이 있었다면 김대통령의 정국관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개정안의 변칙처리로 빚어진 정치 사회적 혼란상황에 대해 김대통령은 아무런 유감표시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색정국을 풀기 위한 여야영수회담에 대해 『만나서 할 얘기가 없다』며 일축했다. 대선논의금지령과 관련한 답변에서도 이른바 「YS식 승리론」으로 일관했다. 김대통령은 『92년과 지금은 다르다. 그 때에는 대선 직전의 총선 승리를 위해 대선후보 조기가시화가 필요했다. 만일 내가 일찍 후보로 선출됐다면 총선에서 절대적으로 이겼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시간은 역대 어느 대통령의 회견 때에 비해 절대 길지 않은 40분 정도였다. 그런데도 김대통령은 몇차례나 『이제 그만하자』며 질문을 가로막으려 했다. 「대책」을 묻는 질문에 「현황」을 얘기하는 등 초점이 빗나간 답변도 비일비재했다. 김대통령의 회견은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은 국민의 정서와는 분명 거리감이 있었다. 지도자로서의 자신감 표출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고통을 공유하는 겸허한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은 안중에 없는 듯했다. 회견장을 떠나는 김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이런 회견을 왜 했을까』하는 생각이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임 채 청<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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