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홍구대표 변신과 고민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李洪九(이홍구)신한국당대표의 최근 표정에선 「단호함」과 「괴로움」이 묘하게 교차한다. 정국 최대의 현안인 노동관계법과 관련, 이대표는 지난 24일 『소수의 횡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뿐만 아니다. 『야당의 태도는 시대착오적』이라며 대야(對野)공격에도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측근들에게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지난 5월 대표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새정치」 「대화와 타협의 정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날치기」 방법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반년여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여당이 원내에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의안을 강행처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었다. 측근들은 『이대표가 최근 「국가적 과제를 앞에 두고 개인적 이미지에 연연할 수는 없다」면서도 소신을 바꿔야 하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한다. 노동관계법안 처리에 대한 이대표의 입장은 당초 유연한 편이었다. 그러나 여권핵심부의 강경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나름대로 사표제출을 고려하는 등 무척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회의 때도 이대표는 회의 도중 李錫采(이석채)청와대경제수석을 세차례나 따로 만나 『노동관계법안을 꼭 연내에 처리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당시 『경제가 알려진 것보다 더 어렵다』는 이수석의 설명이 이대표를 강경쪽으로 돌려세웠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경위야 어떻든 이대표의 변신은 학자출신 정치인의 「이상(理想)」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에는 우리의 정치적 토양이 아직은 척박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林 彩 靑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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