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중소기업 줄줄이 문 닫는다는데…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중소기업체 대표들의 도산얘기를 들어보면 부도직전의 참담함이 어떤 것인가 짐작이 간다. 회사는 눈 앞에서 쓰러지는데 자금줄은 보이지 않는다. 제정신이 아니다 보니 체면과 도리를 따질 겨를이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자살까지 할까.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불운이라 해도 그때문에 사회를 어지럽히거나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된다 ▼지난 6월에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형제가 빚을 갚기 위해 은행지점장을 납치한 사건이 있었다. 이번에는 도산한 한 중소기업대표가 시중 음료수에 독극물을 넣겠다고 협박하다가 붙잡혔다. 그는 제과업계에도 비슷한 협박편지를 보냈다 한다.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그를 통해 되돌아 본 중소기업사정은 올해도 좋은 게 없었는데다 앞길도 별로 밝지 않은 것 같아 더욱 개운치 않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까지 부도 업체는 모두 9천2백84개로 하루 평균 37개업체가 결제어음을 막지 못해 쓰러졌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 순이고 지역별로는 서울이 역시 가장 많았다. 월별로는 10월중 부도업체수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경기침체와 소비위축으로 기업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청은 신설됐으나 자금난 인력난 판매난 기술난은 여전하다는 게 중소기업계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사정이 좋지 않아 중소기업을 옥죈다고 한다. 부도나지 않은 중소기업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까지 들린다. 중소기업이 허덕이면 경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불거진다. 이번 중소기업대표의 독극물 협박사건도 그 어두운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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