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199)

  • 입력 1996년 10월 29일 20시 28분


제5화 철없는 사랑〈38〉 그런데 그때 교주의 몸에는 이들이 살갗을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교주는 양손으로 목덜미의 이를 잡아내면서 말했다. 『그런데, 카림. 이게 웬 일이냐? 네 옷에는 왜 이렇게 이가 많으냐?』 그러자 카림은 몹시 민망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 임금님. 처음에는 좀 성가시지만 이레도 채 안 되어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내가 네 옷을 입고 있을 것 같으냐』 그러자 어부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 언뜻 생각이 났는데, 만약 임금님께서 고기잡이를 배우셔서 정직한 생활로 살아가시려는 생각이 있다면, 제 옷도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됩니다』 교주는 이 말을 듣자 웃음을 터뜨렸다. 어부는 돌아갔다. 어부가 사라진 뒤 교주는 고기 망태에 나뭇잎을 덮은 뒤 그걸 들고 쟈아파르에게로 갔다. 쟈아파르는 교주를 어부 카림인줄로만 알고 다급하게 말했다. 『이봐, 카림! 자네는 어쩌자고 또 여길 들어왔어? 어서 달아나! 오늘밤에는 교주님께서 이 정원에 오셨단 말야. 들키는 날엔 네 목이 달아날거야』 이 말을 듣자 교주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쟈아파르! 그대는 과연 가난한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는 인자한 대신이로다』 쟈아파르는 그제서야 교주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쟈아파르, 그대는 나의 대신이고, 나와 함께 여길 왔다. 그런데도 날 알아보지 못하니 하물며 이브라힘 영감이야 어떻게 날 알아보겠니. 게다가 술에 취해 있으니. 자, 그럼, 너는 여기서 기다려다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렇게 말하고 교주는 누각으로 올라가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누르 알 딘이 말했다. 『노인장, 누가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그러자 노인은 문을 향하여 소리쳤다. 『누구요?』 『이브라힘 영감님, 나요, 나!』 『나라니? 나가 누구여?』 『어부 카림이오. 술자리를 벌였다기에 안주를 좀 가져왔소. 기막힌 생선이오』 생선을 가져왔다는 말에 누르 알 딘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영감님, 문을 열어주고 고기를 가져오게 합시다』 그래서 노인은 문을 열어주었고, 어부로 변장한 교주는 안으로 들어와 일동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한 교주를 향해 노인은 말했다. 『마침 잘 와주었군, 이 날도둑놈에다 투전꾼아! 어디 고기를 좀 보자』 교주가 펄떡펄떡 뛰고 있는 고기를 꺼내보이자 여자는 외쳤다. 『어머나, 정말 좋은 고기군요! 기름에 튀기면 좋을 텐데』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딴은 그렇군. 이봐, 카림. 왜 제대로 튀겨오지 않았어? 어서 가서 요리를 해오게!』 그러자 교주는 말했다. 『분부대로 합죠. 한 접시 잘 튀겨서 오겠습니다』 그리고 교주는 고기 망태를 들고 나갔다. 그가 누각을 나갈 때 노인은 그의 등에다 대고 말했다. 『아주 맛있게 해와야 하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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