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찾냐는 농담, 정몽규 진지하게 받아… 관심있으면 연락달라 하니 몇주후 응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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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지난달 인터뷰 재조명
정회장의 선임과정 설명과 달라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사진) 선임 계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감독을 찾고 있냐”며 농담처럼 물었는데 이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일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지난달 21일 보도한 내용에 담겼다. 한국이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바로 다음 날이다. 그동안 정 회장이 설명한 내용과는 차이가 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클린스만 전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현지 한 경기장 VIP 구역에서 만난 정 회장에게 “(새) 감독을 찾고 있냐”고 농담조로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정 회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이후에도 얘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정 회장은 하루 뒤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다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알고 지낸 사이여서 했던 말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게) 관심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리고 몇 주 뒤 정 회장이 연락을 해와 관심을 보였다는 게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설명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정 회장이 서로 알게 된 건 2017년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해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관전을 위해 한국을 찾으면서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아들이 20세 이하 미국 대표팀으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 같은 슈피겔 보도 내용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그동안 정 회장이 설명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정 회장은 16일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하면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처음 61명의 후보에서 23명으로 좁혔고 최종적으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이들 후보 5명을 인터뷰했고 우선순위 1, 2번인 두 명에 대해 2차 면접을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클린스만이 결정됐다”고 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게 당연하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부임 후 한국을 자주 비워 이른바 ‘재택 근무’ 논란을 빚었다. 슈피겔 보도를 보면 클린스만 전 감독은 ‘한국 거주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슈피겔은 “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을 선임할 때 거주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기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렸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자신이 거주하는 곳을 알리기를 원치 않았다”며 “서울에 있을 때는 호텔에 묵고, 일이 없으면 유럽이나 (자택이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갔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노트북이 나의 사무실이다. 나는 그저 날아다니고 유럽에서 선수를 찾고 열흘간 캘리포니아 집에 머무르는 새(Vogel·독일어)일 뿐”이라고 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사령탑#경질#위르겐 클린스만#선임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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