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때마다 급해져… 집착 버리자 타격왕 타이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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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타율-최다안타 1위 이어 골든글러브 받은 손아섭
“타이틀-골든글러브 목표 안 숨겨… 난 말 뱉어야 그 말 지키려고 행동
매일 한 타석 한 타석 소중히 여겨”
내년 통산 최다안타 1위 정조준

손아섭이 7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시상식 후 ‘최고선수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프로 
데뷔 17년 만에 타격왕을 차지한 손아섭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시상식에 많이 초대받고 싶다. 타격왕 2연패와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뛰겠다”고 말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손아섭이 7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시상식 후 ‘최고선수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프로 데뷔 17년 만에 타격왕을 차지한 손아섭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시상식에 많이 초대받고 싶다. 타격왕 2연패와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뛰겠다”고 말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올해는 타이틀도 따고 골든글러브도 받겠다.”

손아섭(35·NC)은 올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렇게 큰소리쳤다. 손아섭은 올해 타율(0.339)과 최다 안타(187개) 1위로 타이틀을 두 개 따낸 데 이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면서 자기 말을 지켰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싶어서 대놓고 이야기한 것이다. 나는 언어가 가진 힘을 믿는다. 남들은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일단 말을 뱉어야 그 말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다. 그래서 목표를 숨기지 않고 늘 내뱉는다.”

손아섭은 개명(改名)을 통해서도 ‘언어의 힘’을 느낀 경험이 있다. 손아섭은 롯데에서 데뷔한 2007년만 해도 손광민이라는 이름을 썼다. 그러다 ‘이 이름을 쓰면 야구 선수로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에 2009년 이름을 바꿨다.

2007, 2008년 두 해를 합쳐 84경기 출전에 그쳤던 손아섭은 개명 후 통산 타율 4위(0.322)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최다 안타 타이틀도 네 번(2012, 2013, 2017, 2023년) 차지했다. 하지만 타격왕에 오른 건 프로 17번째 시즌이었던 올해가 처음이다.

“사실 2020년에 (타격왕) 받을 줄 알았다. (2위와) 차이도 꽤 났고 타격감도 좋았다. 그런데 시즌 막판에 장염이 심했다. 쉬어야 했는데 고집을 부렸다. 몸에 수분이 빠지니 타격 밸런스가 망가지면서 결국 고꾸라지고 말았다.”

손아섭은 결국 그해 타율 0.352로 최형우(0.354)에게 0.002가 뒤진 채 시즌을 마쳤다. 손아섭은 타율 0.345를 기록한 2013년에도 이병규(0.348)에게 0.003이 뒤져 타격왕 타이틀을 놓친 적이 있다.

“예전에는 욕심만 많았다. 타격왕 경쟁을 할 때마다 심리적으로 급해져 마지막에 미끄러졌다. 타격왕도, 팀 우승도 의지로만 되는 건 아니더라. 그래서 순리를 따르려 한다. 올해는 집착을 버리니 타격왕도 할 수 있었다.”

손아섭은 정규시즌 경기에 총 1974번 출전했지만 한국시리즈 출전 횟수는 제로(0)다. 프로야구 역사상 손아섭보다 정규시즌 경기에 더 많이 출전하고도 한국시리즈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는 강민호(2233경기) 한 명뿐이다. NC가 올해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 KT에 ‘리버스 스윕’(2연승 후 3연패)을 당하면서 손아섭은 한 번 더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하늘이 끝까지 나태해지지 말라고 주는 선물 같다. 꿈에 그리던 타격왕을 했는데 올해 우승까지 했다면 허무했을 수 있다. 여전히 목표가 남아있다는 건 나태해질 수 없는 원동력이다. (우승) 반지가 없다는 게 내 야구 인생에 있어 옥에 티다. 언제가 됐든 꼭 해결하고 싶다.”

손아섭은 통산 안타 2416개로 내년 시즌 박용택(2504개)을 넘어 프로야구 통산 최다 안타 1위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 첫 3000안타도 노려 볼 만하다. 일본프로야구에도 통산 안타 3000개를 넘긴 타자는 장훈(3085개)밖에 없다. ‘목표를 내뱉어야 이룰 수 있다’는 손아섭이지만 3000안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2000안타 때도 ‘2000안타를 쳐야지’라는 목표가 있진 않았다. 매일 간절하게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히 여기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 지금처럼 초심만 잃지 않으면 기록에 100개 정도가 남았을 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골든글러브#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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