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펜싱 집안대결, 이번엔 오상욱이 金… 4연패 노린 구본길 꺾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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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오, 5년전 패배 딛고 금메달
192cm 키에 유연성 갖춘 펜싱괴물
구, 28일 단체전서 6번째 金 도전

오상욱(왼쪽)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한 뒤 결승 상대였던 대표팀 선배 구본길과 악수하고
 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구본길에게 패해 금메달을 놓쳤던 오상욱은 이날 15-7로 승리하며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오상욱(왼쪽)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한 뒤 결승 상대였던 대표팀 선배 구본길과 악수하고 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구본길에게 패해 금메달을 놓쳤던 오상욱은 이날 15-7로 승리하며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펜싱 사브르 남자 국가대표 오상욱(27)은 선배 구본길(34)을 다시 만났다. 5년 전과 같은 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승 무대에서였다. 당시 구본길에게 1점 차로 패하며 금메달을 놓쳤던 오상욱은 이번엔 달랐다. 구본길을 8점 차로 크게 따돌리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오상욱이 결승에서 선배 구본길을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5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에게 15-7로 승리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구본길에게 패해 개인전 은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풀었다.

한국 선수들끼리의 맞대결에 이날 양측 코치박스는 비워진 채 경기가 진행됐다. 경기를 앞두고 구본길은 오상욱에게서 물병을 건네받아 목을 축이기도 했다. 1피리어드에선 6차례 동점 끝에 오상욱이 8-7로 아슬아슬하게 앞섰다. 그러나 2피리어드 들어 오상욱은 7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갈랐다. 경기 뒤 구본길을 향해 펜싱 칼을 들어 보인 뒤 왼손으로 악수하며 피스트에서 내려왔다. 오상욱은 “자카르타 대회 때 후회가 많이 남아 지더라도 내 기술을 다 써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리벤지 매치에서 금메달을 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겼을 때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였다. 형이 왜 울었는지 이해된다”고 했다.

키 192cm의 장신에 유연성과 빠른 스피드를 갖춘 오상욱은 ‘펜싱 괴물’로 불린다. 펜싱을 시작하던 중학교 때는 키가 160cm로 크지 않은 편이라 기술적인 플레이를 주로 연습하다 고교 때 키가 190cm까지 크면서 큰 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스타일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2019년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정상에 섰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당시 단체전 멤버인 선배 김정환(40), 구본길, 김준호(29)와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아시아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체전 4연패를 일궈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금메달 기대를 모았던 도쿄 올림픽 개인전에서는 8강에서 오심 논란 끝에 멈춰 섰다. 지난해 11월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고 결국 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28일 열리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대회 2연패와 함께 2관왕에 도전한다.

구본길은 한국 선수 최초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4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5년 전 결승에서 후배 오상욱을 꺾고도 미안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던 구본길은 이날은 패하고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후배에게 축하를 전했다. 당시 오상욱은 병역 혜택이 걸려 있던 개인전 결승에서 패한 뒤 단체전 금메달로 같은 혜택을 얻었다.

구본길의 개인전 4연패는 무산됐지만 단체전 3연패 목표는 남아 있다. 구본길은 오상욱과 힘을 합쳐 28일 단체전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를 보유한 구본길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양궁 양창훈(53), 승마 서정균(61), 수영 박태환(34), 펜싱 남현희(42), 볼링 류서연(35)과 나란히 한국 선수 여름 아시안게임 최다인 6개 금메달을 갖게 된다.

이날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는 홍세나(25)가 중국 황첸첸(21)과의 준결승전에서 8-15로 패하면서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도하 대회부터 이어졌던 한국의 여자 플뢰레 개인전 연속 우승 기록은 4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한국 펜싱은 이틀간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아시아 최강’다운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펜싱#오상욱#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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