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좌절에도 표적만 보고 달렸다… 시위 떠난 화살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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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슈퍼루키 임시현의 성장기
6년동안 전국대회 우승 못해 침울… “정말 잘 쏘고싶다” 한밤까지 훈련
올림픽金보다 치열한 선발전 1위… 5월 국제무대 데뷔전 2관왕 명중

여자 양궁 리커브 국가대표 막내 임시현은 5월 월드컵 2차 대회 2관왕을 차지하며 국제무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6월 
월드컵 3차 대회에서도 2관왕에 오르며 세계 여자 양궁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사진은 임시현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훈련장에서 
카메라 앞에 선 모습. 진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자 양궁 리커브 국가대표 막내 임시현은 5월 월드컵 2차 대회 2관왕을 차지하며 국제무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6월 월드컵 3차 대회에서도 2관왕에 오르며 세계 여자 양궁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사진은 임시현이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훈련장에서 카메라 앞에 선 모습. 진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궁이 뭐하는 건데요?”

2012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임시현(20·한국체대)은 “양궁 한 번 안 해 볼래?”라고 묻던 학교 체육 선생님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선생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활 쏘는 거야” 하고 알려줬다.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던 임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요”라고 했다.

11년 전 이렇게 양궁과 인연을 맺은 임시현은 이제 한국 여자 양궁의 ‘슈퍼 루키’로 성장했다. 임시현은 4월 열린 ‘2023년 리커브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21년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2위·광주여대) 등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좋은 성적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한양궁협회는 임시현의 국가대표 선발전 1위 소식을 알리면서 ‘새로운 스타 탄생 예고’라는 표현을 썼다.

임시현은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5월 월드컵 2차 대회(중국 상하이)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차지했다. 양궁협회는 임시현의 국제무대 데뷔전 2관왕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엔 ‘새로운 스타’라고 했다. 이제 스타가 됐으니 한 달 전 표현에서 ‘탄생 예고’를 지운 것이다. 임시현은 6월 월드컵 3차 대회(콜롬비아 메데인)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우승하며 두 대회 연속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은 월드컵 1차 대회(튀르키예 안탈리아)엔 참가하지 않았다.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임시현은 “나는 중학교 때까지 지도자들에게 칭찬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그저 그런 선수”였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는 시 단위 대회에서도 입상한 적이 없고, 중학생 때는 전국대회에 나가면 다른 선수들 들러리 서기 일쑤였다고 했다. 임시현은 양궁을 시작한 이후로 6년 동안 전국대회 정상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지만 활을 놓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모든 걸 제쳐 두고 양궁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고향 강릉을 떠나 원주에 있는 북원여중(현 북원중)에 입학했는데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며 “대회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다. 조금만 더 하면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양궁을 정말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팀 내 다른 선수들이 쉴 때도 밤늦게까지 훈련장에서 활을 쐈다. 고교 시절 국가대표 선발전 첫 출전을 앞두고는 지도자가 “좀 쉬라”고 말릴 정도로 독하게 훈련했다고 한다. 임시현은 고교 2학년이던 2020년 처음 참가한 국가대표 선발전 1차 대회에서 실업팀 선배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최종 엔트리 8명에는 들지 못했었다.

임시현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5위를 해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하지만 국제무대에는 나서지 못했다. 리커브는 해마다 남녀 각 8명의 국가대표를 뽑는다. 선발전 1∼3위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간다. 월드컵에는 4위까지 출전한다. 5∼8위는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보다 레벨이 낮은 대회에 참가하거나 1∼4위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가 돼 준다.

임시현은 심리 관련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그는 “최근 읽은 책에서 ‘자기 암시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자꾸 실패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성공시키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는 얘기였다”고 했다. 다음 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임시현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면 내가 10점을 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자주 하면서 ‘틀림없이 잘 쏠 거야’라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8월 월드컵 4차 대회(프랑스 파리)에 출전하고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나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양궁#슈퍼루키#임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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