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쿠바 달군 3인방 “WBC 신화 기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4일 03시 00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 우승 멤버
김광현-양현종-이용찬 똘똘 뭉쳐
“친구들아 WBC무대도 찢어보자”
강풍에 연습경기 동반출격은 불발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인 이용찬(NC), 김광현(SSG), 양현종(KIA·왼쪽부터)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 한 번의 영광 재현에 도전한다. 대표팀 최고참이 된 세 선수가 WBC 대표팀에 함께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손=뉴스1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인 이용찬(NC), 김광현(SSG), 양현종(KIA·왼쪽부터)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 한 번의 영광 재현에 도전한다. 대표팀 최고참이 된 세 선수가 WBC 대표팀에 함께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손=뉴스1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과 KT의 연습경기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 취소됐다.

그런데 경기가 진행됐다면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될 뻔했다. 이날 대표팀에선 김광현(35·SSG)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던질 예정이었다. 그 뒤를 이어 양현종(35·KIA)과 이용찬(34·NC)이 1이닝씩을 던지기로 되어 있었다.

2023 WBC 우승 트로피
2023 WBC 우승 트로피
셋은 찬란한 10대를 함께 보낸 사이다. 이들은 2006년 쿠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함께 출전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4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된 김광현이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양현종은 올스타 왼손 투수에 선정됐다. 이용찬은 이들보다 1년 늦게 태어났지만 1월생으로 ‘빠른 89’라 1988년생인 둘과 친구로 지낸다.

2007년 나란히 프로에 입단한 이들은 이후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들로 성장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왼손 에이스가 됐고, 오른손 투수인 이용찬은 마무리 투수로 활약 중이다. 그리고 셋은 이번 WBC 대표팀에서 모처럼 재회했다. 풋풋한 10대였던 이들은 이제는 어엿한 대표팀 최고참 선수가 됐다. 이번 대표팀은 셋의 어깨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KT)은 김광현과 양현종에 대해 “가장 중요한 때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보직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풍부한 경험과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만큼 결정적인 순간에 기용하겠다는 뜻이다.

양현종은 “선발 투수는 어린 선수들이 맡고, 나는 중간에서 역할을 할 것 같다. 언제든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 감독님이 (등판 계획을) 미리 말씀해주시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선발 투수로 나갈 수도 있고, 중간 계투로 등판할 수도 있다. 김광현은 이날 고영표(32·KT)와 함께 2이닝씩을 던지며 투구 개수를 늘려나갈 예정이었다. 김광현은 ‘영건’ 구창모(26·NC)와 함께 일본전 선발 투수 후보로 꼽힌다.

WBC에 처음 출전하는 이용찬도 이번 대회를 벼르고 있다. 2013년과 2017년 대회 때도 대표팀 발탁이 유력했던 그는 두 번 모두 팔꿈치 부상 여파로 낙마하고 말았다. 그는 “공교롭게도 2006년 청소년대회 우승 때도 팔꿈치가 좋지 않아 거의 나서지 못했다”며 “이번 WBC는 꼭 나가고 싶었다. 마지막일 수 있으니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황금세대 중 하나로 꼽히는 이들에겐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이두환(1988∼2012)의 존재다. 2006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1루수로 뛰었던 이두환은 타율 0.364, 3홈런, 8타점으로 대회 우승에 기여했다. 그는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으며 이듬해 두산에 입단했으나 2012년 대퇴골두육종 진단을 받았고 그해 12월 21일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들은 매년 12월 21일 한자리에 모여 이두환을 기리고 있다. 일일 자선호프나 유소년 야구 교실 등을 열어 이두환을 추모하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최근 몇 년간은 함께 자리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이두환이 함께하고 있다.

#wbc 한국 야구 대표팀#김광현#양현종#이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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