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사상 첫 그라운드 오른 여성코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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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1루 코치, 상대팀과 언쟁 퇴장… 내킨 코치 경기중 교체 투입돼
대학시절 소프트볼 1루수로 활약… 구단서 6년간 사무직으로 근무
2년전 MLB 첫 여성코치로 선임

여성으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 그라운드에 오른 샌프란시스코의 얼리사 내킨 코치(왼쪽)가 지명타자 다린 러프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여성으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 그라운드에 오른 샌프란시스코의 얼리사 내킨 코치(왼쪽)가 지명타자 다린 러프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로 여성 코치가 그라운드에 섰다. 샌프란시스코의 얼리사 내킨 코치(32)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안방경기에서 팀이 10-1로 앞서던 3회말 그라운드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앤톤 리처드슨 1루 코치가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3루 코치와 언쟁을 벌이다 퇴장당하자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내킨 코치를 1루 코치 박스로 내보냈다.

MLB 공식 경기 중 여성 코치가 그라운드 안에 발을 들이민 건 내킨 코치가 처음이다. 내킨 코치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과 선수들은 박수를 보냈다. 샌디에이고 1루수 에릭 호즈머는 내킨 코치에게 악수를 청하며 반겼다. 샌프란시스코의 포수 커트 카살리는 3회말 공격이 끝난 뒤 내킨 코치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가벼운 포옹을 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13-2 대승을 거뒀다.

경기 뒤 내킨 코치는 “그동안 나는 꾸준히 1루 코치 훈련을 했는데 오늘 실제로 그 역할을 할 기회가 왔다”며 “많은 사람이 ‘이 정도가 끝’이라며 자신의 한계를 정해 놓는다. 하지만 내가 MLB 코치가 된 것처럼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누군가 해낼 수 있다. 야구장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린 곳이라는 걸 많은 사람이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캐플러 감독은 “내킨 코치는 리처드슨 코치와 함께 이 순간을 위해 늘 준비해 왔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아주 잘해 왔다”고 칭찬했다. 호즈머도 “내킨 코치와 리그 모두에 특별한 순간이 됐다. 내킨 코치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라고 했다. AP통신은 “내킨 코치는 소녀와 여성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줬다”고 평가했다.

내킨 코치가 ‘금녀의 벽’을 깬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20년 1월 주루와 외야 수비를 지도하는 샌프란시스코 구단 보조 코치로 선임되며 MLB 역사상 첫 여성 코치가 됐다. 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시즌 개막이 미뤄지는 와중인 7월 21일 열린 오클랜드와의 연습경기에 1루 코치로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내킨 코치는 우드랜드 고등학교 재학 당시 소프트볼을 시작했다. 새크라멘토주립대로 진학한 그는 대학 소프트볼 팀에서 1루수로 뛰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 구단 운영부에 입사하면서 6년간 팀 내 건강, 복지 프로그램 관련 업무에 열중했다. 일과 함께 학업을 병행한 그는 2015년에는 샌프란시스코대에서 스포츠경영학 전공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메이저리그#여성코치#내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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