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샛별’ 진호준 “월드스타 이대훈 빈 자리 메꿀 것…다음 목표는 파리 올림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3일 16시 01분


코멘트
태권도 주요 체급 중 하나인 남자 68kg급은 ‘월드스타’ 이대훈(29)이 2020 도쿄 올림픽 직후 은퇴를 선언해 국내에서 무주공산이 됐다.

하지만 빈자리는 오래갈 것 같지 않다. 고교 1학년 시절부터 남고부를 평정한 진호준(18·수원시청)이 차곡차곡 자신의 이력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수원종합운동장 태권도 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대훈 선배의 은퇴선언을 보고 동료 선수로 아쉬운 감정이 컸어요. 체급이 같아 한번쯤 직접 겨루는 날을 손에 꼽고 있었거든요. 하하”

고3 시절인 지난해 1월 첫 성인 국가대표 선발전 1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해 6월 자신의 첫 성인 국제무대인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장소에서 이틀 뒤 열린 오픈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전 세계 선수들과 겨뤄 우승을 안았다. 196위였던 올림픽 세계랭킹은 단숨에 58위까지 수직상승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노 골드’에 그쳐 안타까웠다는 그는 3년 뒤로 다가온 2024 파리 올림픽 주역이 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실업팀(수원시청) 입단을 선택한 것도 이 중 하나다. “좀 더 실력이 좋은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고 배우다보면 한창 배울 시기에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현재까지는 만족스럽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58kg급 동메달을 획득하고 아시아경기 2연패를 차지한 김태훈(27)과 한솥밥을 먹으며 ‘선수의 품격’을 배우고 있다. 진호준은 “태훈이 형은 힘든 훈련을 소화하고도 지친 기색을 보인 적이 없다. 거기에 더해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개인 훈련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스스로 나태한 생각을 가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에 대훈 선배를 롤 모델로 삼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며 태훈 형이 롤 모델이 됐다”며 웃었다.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 올림픽 같은 큰 무대다. 24~26일 강원 태백에서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대표선발전이 열린다. 대학에 진학했다면 첫 방학을 마친 뒤 개학을 맞아 흐트러져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마치 프로 같은 선배들과 섞여 훈련하며 자신의 장점인 ‘상대의 빈틈 찾기’ 연구도 열심히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말이었어요. 아빠가 ‘태권도 선수 돼볼래?’라고 하셨는데, 그때 ‘선수’라는 단어가 정말 멋있게 들리더라고요. ‘국가대표’, ‘프로’ 등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수식어도 붙잖아요. 제 이름 뒤에 선수라는 말이 붙어도 어색하지 않아야죠. 태권도 하면 진호준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정말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에게 훈련 이야기를 하자 랩 가사를 읊듯 ‘새벽오전오후야간’이라고 말하더니 허리춤의 검은 띠를 고쳐맸다. 훈련을 재개할 시간이라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보였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