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간호사로 시작된 인연…사격 이지석, 아내와 패럴림픽 동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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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패럴림픽공동사진취재단
도쿄=패럴림픽공동사진취재단
2008 베이징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사격 2관왕 이지석(47·광주광역시청)이 13년 만의 패럴림픽 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이지석은 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 SH2 결선을 4위로 마무리했다.

2008 베이징 대회 때 복사·입사 2관왕에 올랐던 이지석은 2012 런던 대회에도 출전했지만 입상하지 못했다. 이후 9년 만에 이번 대회를 통해 패럴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지난달 30일 첫 경기인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 결선에선 7위에 자리했다.

이지석은 이날 총 60발을 쏘는 예선에서 635.5점을 맞추며 7위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이지석은 결선 첫 10발에서 105.2점을 쏘며 4위까지 올라섰다. 106.7점을 쏜 선두 드라간 리스티치(42·세르비아와)와는 1.3점차였다. 11번째 총알부턴 2발씩 쏴서 총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탈락하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지석은 13, 14번째 총알을 각각 10.5, 10.6점에 맞추며 총점 147.8점으로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이지석은 18번째 총알을 쏠 때까지 190.2점으로 2위에 바실 코발추크(48·우크라이나)에 0.4점 뒤진 3위를 유지했다. 그때 4위 프란체크 고라즈드 티르섹(46·슬로베니아)이 무섭게 추격해 왔다. 티르섹은 18번째 총알을 최고점(10.9점)에 맞추면서 190.0점으로 이지석과 차이를 0.2점으로 좁혔다.

이지석은 19번째 총알을 10.3점에 쐈다. 기세가 오른 티르섹은 10.7점을 쏘며 0.2점 차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이지석이 10.5점, 티르섹이 10.6점을 쐈다. 이지석은 총점 211.0점으로 티르섹(211.3점)에 0.3점이 모자라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리스티치와 코발추크, 티르섹이 각각 금, 은, 동을 나눠 가졌다.

도쿄=패럴림픽공동사진취재단
도쿄=패럴림픽공동사진취재단
태권도 사범이었던 이지석은 2001년 운전을 하다가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해 경추를 다쳤고 사지가 마비됐다. 총을 들 힘이 부족해 받침대에 총을 걸쳐야 한다. 총알 장전을 할 땐 경기 보조원인 아내 박경순(44)씨의 도움을 받는다. 두 사람은 2004년 서울의 한 재활병원에서 환자와 간호사로 만나 2006년에 결혼했다.

이지석은 경기 후 “4위는 아쉬우면서도 욕심도 나는 자리”라며 “아직 마지막 종목이 남았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지석은 4일 혼성 50m 소총 복사에 출전한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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