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황제’ 조던처럼 날아오른 김진영…“큰물에서 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14시 47분


코멘트
영상 : YST 제공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남자 핸드볼 김진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남자 핸드볼 김진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요즘 핸드볼 계에서 ‘뜨거운 선수’는 실업팀 선수도 아닌 대학부의 김진영(21·경희대)이다. 구기종목의 주 공격수에 해당하는 라이트백 포지션의 김진영은 엄청난 탄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경기마다 수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고 있다.

최근 강원 태백에서 열린 2021 대학핸드볼 통합리그전에서도 명장면을 연출했다. 12일 강원대와의 4강전에서 경기종료 2분여 전, 빠르게 상대 코트로 달려가며 6m 라인에서 뛰어 올라 상대 골키퍼를 지나치며 슛을 성공시켰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자유투 라인에서 날아올라 덩크슛을 하는 모습이 떠올리게 했다. 그 직전에는 ‘스텝’만으로 수비수를 멀찍이 따돌리며 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키 184cm, 몸무게 80kg로 핸드볼 선수치고 호리호리한 체구를 가진 그는 평소에도 가벼운 몸놀림으로 ‘날아다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남자 핸드볼 김진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남자 핸드볼 김진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4학년 졸업반으로 성인무대 데뷔를 앞둔 그에 대한 실업팀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 중인 그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는 이유는 윤경신 두산 감독(48), 최현호(45) 이후 명맥이 끊긴 남자선수 유럽파 계보를 잇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한 번 태어났으니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는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해 다른 팀의 경기를 TV로 지켜봐야 했던 게 가슴 아팠다. 큰 무대에서 부딪히며 성장해 한국의 올림픽 진출을 이끌고 그곳에서 한국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 왔다. 국제경기에서 선전해야 어린 친구들이 핸드볼 공을 잡고, 핸드볼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김진영의 생각이다.

어린 선수답지 않은 당찬 생각을 갖고 있는 김진영은 ‘핸드볼 2세’기도 하다. 대학시절까지 선수생활을 한 아버지 김중기 씨(53)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겨울 핸드볼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강원) 속초로 여행가자고 해서 갔는데, 때마침 (핸드볼 팀이 있는) 진천 상산초 핸드볼 팀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었어요. 아버지와 친구였던 당시 코치님과 이미 얘기가 된 상황이었던 거예요. 그래도 공을 갖고 하는 종목이라 금세 재미를 느꼈어요.”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남자 핸드볼 김진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남자 핸드볼 김진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중1까지만 해도 163cm의 단신이었지만 그해 겨울 오른발 피로골절 수술을 받고 한 달여 동안 입원해 있던 사이에 키가 10cm가 자라며 선수다운 모습을 갖췄다. 키가 작아 빠른 발과 탄력을 앞세운 플레이를 주로 했던 그는 키가 훌쩍 자라고서도 이 스타일을 유지하며 크면서도 빠른 선수가 됐다. 올해 초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6경기에서 39점을 넣어 전체 득점 8위에 올랐고 대학리그 1, 2차 및 파이널에서도 득점, 도움 부문에서 꾸준히 ‘TOP5’ 안에 들었다.

대학리그가 끝나고 학교 방학기간이던 요즘도 개인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운동은 쉬다가 갑자기 하면 선수라도 힘들다. 몰아서 하며 괴로워할 바엔 평소에 꾸준히 해 놓는 게 장기적으로도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롤 모델’을 정의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롤 모델이 없다는 그는 “한 선수의 전체를 롤 모델 삼기보다 특정 선수의 특정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편이다. (박)광순이 형(하남시청)의 슛 기술, (이)요셉이 형(인천도시공사)의 스텝 기술 이런 식이다. 여러 훌륭한 선배들의 장점을 모두 내 거로 만들어 (동명이인이 많은) ‘김진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핸드볼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의 독보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