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연속 中 리우징에 막혀…서수연, 탁구 단식 은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8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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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장애인 탁구 스타’ 서수연(35·광주시청)이 또 다시 중국 최강자의 벽에 막혀 금메달 꿈을 이루지 못했다.

서수연은 28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TT1-2 결승에서 리우징(33)에게 1-3(7-11, 8-11, 11-4, 8-11)으로 패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이다. 서수연은 5년 전 리우 대회 결승에서도 리우징을 마주했고 똑같이 1-3으로 패했었다.

5년 만에 설욕을 다짐하고 리턴매치에 나섰지만 ‘디펜딩 챔피언’ 리우징의 왼손은 여전히 강력했다. 서수연이 강공으로 맞섰지만 리우징 역시 호락호락 틈을 내주지 않았다. 상대의 예리한 공격에 막혀 7-11로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 초반에도 1-5까지 밀렸지만 7-7까지 따라잡으며 투혼을 보여줬다. 그러나 리우징의 드라이브가 잇달아 맞아들며 8-11로 2세트를 내줬다.

3세트 들어 서수연의 반전이 시작됐다. 안정적인 리시브, 침착한 코스 공략으로 상대를 흔들며 11-4로 승리했다. 4세트를 맞이한 서수연은 집요했다. 4-8에서 6-8, 7-9, 8-9까지 끈질기게 리우징을 따라붙었다. 그러나 좌우로 갈라치는 리우징의 코스 공략이 매서웠다. 결국 8-11로 4세트를 내주며 그대로 경기는 끝이었다.


모델을 꿈꾸던 10대 소녀 서수연은 자세를 교정하려 병원을 찾았다. 주사 치료를 받은 후 척수에 문제가 생겨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 중 만난 탁구는 인생의 새 길이 됐다. 서수연은 리우 패럴림픽에서 여자 탁구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며 장애인 스포츠 대표스타로 급부상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서수연은 탁월한 실력은 물론 단아한 외모에 수려한 언변, 따뜻한 인성을 두루 갖췄다”면서 “리우 은메달 후엔 지역 복지관에 기부를 하는 등 조용히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으로도 귀감이 됐다”고 전했다.

서수연은 어깨 통증과 고질적인 허리 부상을 안고 있는 와중에도 도쿄 패럴림픽 꿈을 놓지 않았다. 리우 은메달을 반드시 금메달로 바꿔놓겠다고 다짐했고 2개 대회 연속 결승행 역사를 썼다.

이날 오전 결승행을 확정지은 뒤 서수연은 “리우징은 약점이 없는 선수다. 그래도 리우 때도 해볼 만하다 생각했고 지금도 밀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만리장성을 꼭 넘고 싶다. 내 인생의 숙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숙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포기를 모르는 투혼은 5년 전 그날보다 더욱 눈부셨다. 서수연은 31일 후배 이미규(33·울산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와 함께 여자 TT1-3 단체전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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