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 스페인에 졌지만 자신감 ‘쑥’…오늘 터키와 2차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1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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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시드니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이후 21년 만에 밟은 패럴림픽 본선 첫 경기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했지만 동시에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준 한 판이었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25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 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53-65, 12점차 패배를 당했다.

아쉽게 서전에서 패했으나 상대 스페인은 2016 리우대회 준우승팀이다. A조 최강팀으로 꼽힌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스페인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4쿼터 종료 5분35초를 남기고 이병재(40·춘천시장애인체육회)가 자유투 1개를 성공하며 44-46, 2점차까지 괴롭혔다. 이후 자유투와 쉬운 골밑슛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졌지만 고광엽(49)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고 감독은 “리우대회 때 은메달 팀(스페인)이고, 신장 면에서 열세가 있다 보니까 우리가 조금 부족했다. 스페인이 워낙 강팀이다 보니까 선수들이 쉬운 슛을 놓친 게 아쉽다. 첫 경기여서 부담감도 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식스맨들이 멤버 교체 때마다 역할을 충분히 했다. 양동길(20·서울특별시) 선수나 김상열(38·춘천시장애인체육회) 선수가 역할을 충분히 해 줬다”고 보탰다.

또 “(막판에) 체력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낮은 포인트(스포츠등급) 선수들이 찬스가 많이 났는데 오히려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까 바꿀 멤버가 없어서 (체력 때문에) 그게 좀 아쉬웠다. 쉬운 슛은 농구선수라면 기본적으로 넣어야 하는데 못 넣은 건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휠체어농구는 선수별 스포츠 등급을 매기는데 합산 14포인트 이하로 코트 위 5명을 구성해야 한다.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도 “우리 대표팀이 되게 오랜만에 국제대회에 나온 거다. 그러다 보니 해외 심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국내에서도 나오지 않는 파울이 나오다 보니 초반에 파울을 많이 저질렀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상대 선수가 내 휠체어 위에 올라오면 나는 항상 내려줬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때도 그랬다. 그런데 상대 선수 몸에 손을 댔다고 차징을 부니까 좀 억울했다. 오늘 경기를 통해 감을 잡았으니 다음 경기부터는 더 잘 신경 쓰겠다”고 보탰다.

“솔직히 아쉽다”며 땀을 닦은 조승현은 “그래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경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21년을 기다렸다. 선수들 모두 엄청 긴장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코트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를 통해 강팀과 붙어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했다.

고 감독도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남은 경기도 이런 식으로 게임을 운영하다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오늘 조승현 선수가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걸려서 득점력이 밀려서 그랬지만 다 역할을 했다”고 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경기였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경기 막판에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 더 투입하기도 했다”고 했다.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를 온 고 감독은 “긴장이 많이 됐다. 감독으로 부임하고 첫 경기다 보니까 긴장이 많이 됐다. 위기에서 잘 대처를 하지 못한 게 아쉽게 남았다. 오늘 많은 걸 배웠다”고도 했다.

조승현은 “(다음 상대인) 터키도 강팀이다. 그래도 붙어본 적이 있어서 자신이 있다. 오늘 경기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8강, 4강 진출이 목표인 만큼 분석 잘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하겠다. 선수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다”고 했다.

한국은 이날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터키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터키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리우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같은 조다. 조 4위 안에 들면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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