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재연은 이미 무산…벼랑 끝에 선 김경문호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6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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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미국에 연달아 패해 결승 진출 무산
남은 기회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

한국 야구가 막다른 길에 몰렸다. 마지막 희망은 동메달에 걸려있지만, 메달을 손에 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거란 장담은 할 수 없다.

한국은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미국과 패자 준결승전에서 2-7로 무릎을 꿇었다.

전날(4일) 일본과 준결승에서 2-5로 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더해진 패배다.

두 차례 준결승전 기회를 모두 날린 한국은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여기에 수장이 무심코 흘린 한 마디는 상처를 더욱 쓰리게 했다.

미국전 후 기자회견에서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이번에 올 때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만 갖고 오진 않았다.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좋은 마음을 모아 한 경기, 한 경기 국민과 팬들에게 납득가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 먹고 왔다”면서 “금메달을 못 딴 건 많이 아쉽지 않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이 발전하는 것도 좋은 점으로 봤다”고 덧붙인 만큼 세대교체 과제를 짊어지고 있던 대표팀에서 어느 정도 수확은 있었다는 뜻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패장의 멘트라고 하기에, 이 말은 충분히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표현이었다.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만 갖고 오진 않았다”거나 “아쉽지 않다”는 수장의 말은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에게도, 이들을 응원했던 팬들에게도 무례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대표팀이 단순한 성적을 넘어 야구로 입은 실망감을 야구로 갚아준다는 사명감을 갖고 출항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지난달 프로야구계를 흔든 ‘음주 파문’에 대표팀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종 엔트리에 선발됐던 박민우(NC 다이노스), 한현희(키움 히어로즈)가 민감한 시기 속 방역수칙을 위반해 술자리를 가졌단 사실이 드러났다.

팬들의 실망과 비난 속에 박민우와 한현희는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자연히 초반 구상했던 베스트 엔트리는 꾸릴 수 없게 됐다.

이런 혼란 속 대표팀은 지난달 17일 첫 훈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야구 선배로서 마음이 무겁다”면서 “지금 조금 힘들지만 더욱 마음을 모아서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좋은 결과를 내 국민들의 실망감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은 2일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전에서 11-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것을 제외하고 손쉽게 풀어간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마운드는 연거푸 홈런을 맞으며 흔들렸고, 타선은 답답할 만큼 터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국 대표팀의 확실한 장점이 드러난 경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메달 실패를 비난하는 목소리만은 결코 아니다. 무기력한 패배가 이어지면서 실망감은 더 커진 분위기다.

이제 ‘김경문호’에 남은 건 7일 낮 12시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뿐이다.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 한국에게 최소한의 자존심을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김 감독이 기대했다는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물론 동메달을 목에 건다고 해서 돌아선 팬심을 다시 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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