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안산방’에 지자체 러브콜까지…韓은 안산앓이 중

박종민 기자 , 김윤이기자 입력 2021-08-01 20:22수정 2021-08-0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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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스포츠 선수가 아닌 안산이라는 한 명의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배웠죠.”

경기도 광주에 사는 박성은 씨(26)는 ‘2021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지난달 30일 펼쳐진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을 꼽았다. 최근 도전하는 일마다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감이 낮아져 있던 박 씨는 안 선수의 경기를 보며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한다. 박 씨는 “나이나 인종 등과 상관없이 오직 노력만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자신을 입증한 안 선수가 멋져보였다”며 “덕분에 저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안 선수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하계올림픽 단일 대회에서 3관왕을 달성하자 대한민국은 ‘안산 앓이’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예전처럼 함께 열광하며 응원하는 문화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선수들의 경기를 챙겨보며 저마다의 의미를 찾고 있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안산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혼성단체전 8강에서 활을 쏘고 있다. 2021.7.24/뉴스1 © News1
서울에 사는 신수희 씨(23)도 양궁대표팀의 경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봤다. 신 씨는 “저보다 어린 선수가 엄청난 중압감을 떨쳐내고 금메달을 따내는 모습을 보며 응원을 하게 됐다”며 “요즘 청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분명 안 선수를 보며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김연주 씨(27)는 “올림픽 기간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지켜봤지만 그래서인지 선수의 눈빛과 호흡 하나하나가 느껴졌다”며 “경기를 마친 안 선수의 밝은 표정을 보며 코로나19 때문에 지친 저의 마음도 ‘힐링’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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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선수를 응원하는 팬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한지현 씨(24)는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 ‘고독한 안산방’에 들어가려다 실패했다. 익명의 팬들이 모인 이 방에는 이미 1500명이 입장해 있어 새로운 참가자를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팬들은 안 선수의 사진을 공유하거나 경기를 함께 지켜보고 안 선수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한 씨는 “안 선수의 경기를 처음 본 날부터 팬이 됐다”며 “유튜브로 경기를 여러 번 돌려 보고 인터넷으로 안 선수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 볼 정도”라고 했다. 양모 씨(52)도 “중년 또래들과 모여도 안산 선수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며 “아이돌을 좋아하는 20대처럼 안 선수를 ‘덕질’하고 있다”고 했다.

안 선수 이름과 비슷한 지명을 가진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안산시는 지난달 27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안 선수 이름 한자 표기가 지명 안산(安山)과 같다”며 “안 선수를 시 홍보대사로 임명하면 어떨까요?”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광주 출신인 안 선수는 지난달 25일 인터뷰에서 “안산시 홍보대사가 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안산에 가본 적이 없다”며 “언니 이름은 ‘안솔’, 동생 이름은 ‘안결’이다. 부모님이 소나무 산의 바람결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달 30일 공식 SNS에 “서대문구에도 안산(鞍山)이 있는데 기막힌 우연이네요”라며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국립산림과학원도 공식 SNS을 통해 안 선수의 개인전 결승 진출을 축하하며 산 모양 이모티콘과 함께 “우리 장르 최고”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안 선수 등 양궁 대표팀의 예능프로그램 섭외 요청이 15건에 달하는 등 각종 출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양궁과 선수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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