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선수에서 심판으로… 현숙희, 25년만에 올림픽 무대 섰다

도쿄=강홍구기자 입력 2021-08-01 15:42수정 2021-08-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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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유도 경기가 진행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부도칸에 25년 만에 올림픽과 재회한 이가 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유도 여자 52kg급 은메달리스트 현숙희 심판위원(48)이다.

스물 셋의 나이로 유도복을 입고 올림픽 매트를 밟았던 현 위원은 마흔 여덟이 돼 이번엔 심판 재킷을 입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지난달 31일 모든 유도 경기가 끝나면서 1일 귀국했다.

사실 유도 선수보다 심판에게 올림픽 바늘구멍은 더 좁다. 선수의 경우 남여 총 14체급에 각각 20여 명씩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지만 심판은 전 세계 단 16명만이 기회를 얻는다. 꾸준히 국제대회에 참여해 포인트도 관리해야 한다. 오심은 물론 운영까지 매 경기마다 점수가 매겨진다. 국제유도연맹(IJF) 심판랭킹 13위인 현 위원도 올해 들어서만 올림픽 전까지 4개 국제대회에 나섰다.

현 위원은 출국을 앞두고 “정말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무사히 판정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 위원은 이번 대회 16명의 심판 중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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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주는 특별함은 심판에게도 마찬가지다. 유도 대표 안창림의 천적이자 남자 73㎏금메달리스트 오노 쇼헤이(일본)의 준결승전 주심을 맡기도 했던 현 위원은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는 선수들의 눈빛을 바로 앞에서 보니 느끼는 바가 많았다. 승부는 끝날 때까지 모른다는 명제도 다시 익혔다”고 했다. 서울 광영여고 체육교사로 유도부 학생들도 지도하고 있는 현 위원은 “올림픽에서 본 선수들의 장단점을 메모해 놨다.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줄 생각”이라며 웃었다. 현 위원의 둘째아들은 청소년 농구 국가대표 포워드 김태훈(고려대)이기도 하다.

‘노 골드’에 그친 한국 유도에 대한 걱정도 전했다. 한국 유도는 이번에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지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걸지 못했다. 현 위원이 선수로 뛰던 1990년대 중반은 한국 유도의 전성기였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현 위원은 조민선, 정선용, 정성숙과 여자유도 세계 최강 4총사로 이름을 날렸다. 현 위원은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는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생활체육도 중요하지만 엘리트 체육을 소홀히 여기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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