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은 “5회까지 포수 호세 트레비노만 믿고 즐기면서 재미있게 던졌다. 6회에는 점수를 안 줘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볼넷도 안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밸런스에 문제가 생겼다. 불리한 볼카운트로 가면서 볼넷과 장타를 맞은 것 같다”고 자책했다.
6회 체력 저하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체력 떨어졌다기 보다는 몰리는 공이 많았다. 6회부터는 밀어넣는 피칭을 했던 거 같다. 던지고 내려왔을 때 코치님도 이닝이 지날수록 강하게 던지라고 주문을 해서 그걸 배운 것 같다. 체력 문제보다는 6회부터는 다르게 생각했던 게 안 좋게 적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선발 양현종’으로서의 희망도 보여준 경기다. 21개 던진 체인지업의 위력도 빛났다.
“실투도 많았지만 오늘 운이 많이 따랐다. 경기 전에 트레비노와 이야기도 많이 했다. 트레비노가 워낙 좋은 포수이기 때문에 포수가 원하는 대로 던졌다”고 몸을 낮춘 양현종은 “트레비노가 공부도 많이 해서 직구 타이밍에 변화구를 던져 땅볼 유도를 많이 했다”고 공을 돌렸다.
“보통 포수 리드를 많이 따르려고 한다. 포수가 경험이 많기 때문에 따르는 게 당연한 것 같다”면서 “항상 트레비노는 내가 던지고 싶어하는 공이 있으면 언제든지 던지라고 한다. 마운드에서 항상 편안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다 올해 빅리그에 뛰어든 양현종은 아직 확실한 ‘자리’가 없다. 팀의 상황에 따라 구원과 선발을 오가는 중이다.
루틴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법도 하지만 양현종은 팀을 위해선 괜찮다는 생각이다.
“선발로 들어가면 좋겠지만 내가 온 이유는 팀이 힘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어떤 보직이든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교체된 후에도 끝까지 야수들을 지켜보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양현종은 “항상 하는 습관이다. 나는 끝났지만 야수들은 9회까지 경기를 한다. 내가 던지는 1구, 1구에 집중을 하고 항상 좋은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해주기 때문에 고마워서 한국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중간 투수 마틴에게는 내 책임주자를 잘 막아줘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양현종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양키스 코리 클루버는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안타와 득점을 하나도 허락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클로버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교체된 후 알게 됐다면서 투수전에 대해 “비교하기 힘들겠지만, 한국에서 많은 경기를 하면서 이런 저런 경기를 많이 해봐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상대팀 타자들하고 승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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