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첫판 KCC에 19점차 압승
전반 4점 ‘설 교수’, 동료 지원하며 라건아 밀착마크엔 “협력 플레이”
후반엔 14점 꽂으며 점수 벌려놔… 오세근 이재도 전성현도 47점 합작
69.6% 우승확률 잡고 상쾌한 출발
‘설 교수’ 설린저(29·KGC)의 강의는 ‘선택 과목’이 아니었다. 정규리그 1위 KCC의 에이스 라건아를 비롯해 이번 시즌 최우수선수(MVP) 송교창, 기량발전상의 정창영도 설린저의 강의를 피해 갈 순 없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3위 KGC가 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1차전에서 98-79로 완승을 거뒀다. 에이스 설린저가 18득점 14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PO)와 현대모비스와 치른 4강 PO에서 모두 전승을 거둔 KGC는 챔프전 1차전까지 승리하며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앞서 챔프전에 2차례 (2011∼2012, 2016∼2017시즌) 진출해 모두 우승한 KGC는 통산 3번째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설린저의 활약은 전반과 후반에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다. 전반에는 득점 욕심을 부리기보다 오세근과 전성현 등 동료들을 지원하는 데 충실했다. 득점은 4점에 그쳤지만 리바운드 9개와 5어시스트, 1블록을 기록했다. 8점 차 우위로 들어선 후반에서는 점수 차를 벌리는 데 집중하며 추가로 14득점을 몰아넣었다. 4쿼터 한때 KGC는 28점까지 앞서기도 했다. 승리가 확실해지자 김승기 KGC 감독은 경기 종료 6분 27초를 남겨두고 설린저를 벤치로 불러들여 휴식을 줬다.
양 팀 수비에 미친 설린저의 영향도 컸다. 김 감독은 “경기 전반 KCC의 수비 변화를 감지한 설린저가 (국내) 선수들을 모아놓고 ‘라건아가 나에게 많이 붙으니까 협력 플레이를 하자’고 했다”며 “(설린저의) 상황 판단이 빨랐기에 우리 선수들도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KGC가 6스틸 3블록을 올린 반면에 KCC는 3스틸에 그쳤다. 블록은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대로 턴오버에서는 KCC가 10개, KGC는 단 4개를 범했다.
KGC 국내 선수들의 화력도 화끈했다. 이재도와 오세근이 16득점, 전성현이 3점포 3개를 포함해 1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3점슛에서도 KGC는 6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12개를 꽂아 넣은 반면에 KCC는 3명이 5개를 합작하는 데 그쳤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전반에 스틸을 5개 하면서 범실은 하나도 없었다. 여기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고, 결국 이겼다. 2차전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KCC는 라건아가 18득점으로 분전했지만 경기 내내 한 번도 득점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전창진 KCC 감독은 “몇몇 선수가 챔프전의 의미를 잘 모른 채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준비한 것이 전혀 되지 않고 얻은 게 없는 경기였다”며 쓴소리를 했다.
‘사제 대결’인 두 감독의 첫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에서 먼저 웃은 것은 제자이자 후배인 김 감독이었다. 역대 챔프전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69.6%(23회 중 16회)에 달한다. 양 팀은 5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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