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블로킹 시스템’ 뿌리내린 산틸리…대한항공 ‘통합우승’으로 항로 변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0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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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훈련 때 선수들은 나를 이상한 행성에서 온 사람 보듯 했다.”

2020~2021시즌 남자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대한항공의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56·이탈리아)은 선수단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이 같이 말했다. 남자부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택했던 대한항공도 선임 첫 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라는 성과를 이루며 활짝 웃고 있다. 이제 구단 역사상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통합우승’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감독 선임 당시 ‘선진 훈련시스템 접목과 선수단 내 새로운 변화’를 배경으로 내걸었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취임 기자회견 당시 “대한항공이라는 훌륭한 수프에 소스만 조금 추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던 산틸리 감독은 특히 전위에 있는 3명의 선수를 모두 블로킹에 가담하도록 하는 ‘3인 블로킹 시스템’을 팀에 뿌리 내리려 애썼다. 지난 시즌 주전 센터였던 진상헌(OK금융그룹 이적), 김규민(군 입대)이 모두 이탈한 상황에서도 팀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시스템 변화 덕분이라는 평가다. 지난 시즌 5.9%였던 3인 블로킹 비율은 올 시즌 15.7%로 약 10%P 늘었다. 올 시즌 남자부 7개 구단 중 가장 비율이 높다.

3인 블로킹의 경우 상대 공격의 길목을 틀어막는다는 면에서는 장점이지만 후위 선수들이 책임져야 하는 수비 공간이 넓어지고 또 전위 선수들이 이후 공격에 가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산틸리 감독은 선수들이 기존과 다른 경기, 훈련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리어 고강도의 훈련을 진행했다. 외국인 감독이 오면서 훈련 분위기가 자율적으로 바뀌리라 기대했던 선수들도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부상으로 이탈한 비예나를 대신해 새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가 올 때까지 빈 자리를 임동혁(22) 등 젊은 선수들이 잘 메워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차세대 국가대표 라이트 자원으로 꼽히는 임동혁은 올 시즌 득점(421점), 공격성공률(51.15%) 등에서 커리어하이 기록을 세웠다. 산틸리 감독은 “새로운 선수의 등장은 팀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열정적인 지도 스타일의 산틸리 감독은 경기 도중 애매한 판정이 나올 때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올 시즌에만 단일 시즌 기준 가장 많은 8차례의 경고(퇴장, 벌칙 포함) 카드를 받았을 정도로 적극적인 어필로 승부의 물줄기를 팀으로 가져오려 했다. “대한항공 배구를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산틸리 감독과의 동행이 팀의 첫 통합우승에 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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