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엇갈린 2장의 교체카드 [강홍구의 터치네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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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플레이오프(PO) 2차전은 접전 끝에 IBK기업은행의 3-1 승리로 끝났다. 이날 유일하게 듀스가 나온 승부처 4세트에 희비를 가른 숨은 명장면이 있다. 바로 2장의 교체카드다. 공교롭게도 이 카드는 각 팀의 2년차 레프트 IBK기업은행 육서영(20), 흥국생명 박현주(20)와 연관돼 있다. 두 선수는 지난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 1순위로 각각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상황은 이렇다.

24-24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서브를 넣으러 엔드라인으로 향하던 육서영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앞서 21-23에서 표승주를 대신해 투입된 육서영은 23-24에서 과감한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듀스로 몰고 갔다. 좋은 기세를 이어갈 수도 있던 상황. 반면 표승주는 무릎 통증에 이날 목적타 서브를 받으면서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다시 표승주를 코트 위로 올려보냈다. 결과적으로 표승주는 24-24에서 흥국생명 브루나의 오픈 공격을 두 차례 받아내며 김희진의 이동공격 득점이 이뤄지는 데 다리를 놓았다.


25-25

김미연의 오픈 공격으로 다시 듀스를 만든 흥국생명.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브루나 대신 박현주를 투입했다. 이날 결정적인 상황에서 여러 차례 맥이 빠지는 범실을 기록했던 브루나를 대신해 서브에 강점이 있는 박현주를 택한 것. 그러나 승부처가 주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다. 박현주의 서브가 라인을 벗어나면서 다시 IBK기업은행에 리드를 내줬다. 박현주도 코트 위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망연자실해했다. 결과적으로 이후 IBK김주향의 퀵 오픈이 성공하면서 27-25. 경기는 IBK기업은행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 뒤 두 팀 사령탑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서영이는 신인 급 선수다. 과감하게 하는 스타일이지만 아직 조절이 잘 안 된다. 점수 상황이 중요한 만큼 서브 범실로 가느니 목적타를 때려놓고 승부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려고 했다. 서영이가 서브를 잘 때리면 물론 좋지만 범실이 나온다고 하면 아무래도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의 말이다.



“승부처 타이밍에 맡기는 게 현주에게 부담이 크긴 한데 워낙 브루나가 1,2차전 중요할 때 서브가 잘 안됐다. 그래서 그 부분을 커버하려고 했다. 현주가 서브를 잘 넣어서 반대의 상황이 됐을 수도 있다. 결과가 좋으면 이래도 저래도 좋고 반대로 결과가 안 좋으면 바꾼 게 잘못이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의 말이다.



박 감독의 말처럼 모든 건 결과론적이다. 만약 교체카드가 통했더라면 결과는 또 뒤바뀌었을 수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기에 이 교체카드는 누군가에겐 아쉬움을, 누군가에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결과적으로는 2차전 승부처에서는 ‘모험’ 대신 ‘안정’을 택한 IBK기업은행의 선택이 통한 셈이다.

다가오는 3차전에서는 또 어떤 카드가 승부의 물줄기를 바꿀까. 최종 3차전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1차전 승리 팀 흥국생명은 100%, 2차전 승리 팀 IBK기업은행은 0%의 확률에 도전한다. 역대 15번의 여자부 PO 중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화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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