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도 2군도 기회 균등… 한화 바꾸는 ‘수베로 철학’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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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블럼 등 발굴한 육성전문가
“재능 있건 없건 모두에게 정성”
키움과 연습경기 무실점 2연승

“나는 재능 없는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신이 내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올해부터 프로야구 한화를 이끄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49·베네수엘라·사진)의 선수 시절 기록은 마이너리그 5시즌(1991∼1995년) 동안 타율 0.237, 104타점, 2홈런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 시절은 보물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8일 대전에서 만난 그는 “나는 투수가 홈런을 맞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타자는 타격 전에 배트를 어떻게 쥐는 버릇이 있는지 등 사소한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무명 시절 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실수 하나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던 습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평범한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육성 전문가’다. 2001년부터 약 20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배출한 메이저리거만 열 손가락을 넘는다. 그들은 모두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다. 두산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조시 린드블럼(밀워키)이 대표적이다. 2008년 마이너리그에 데뷔해 3년간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지만 수베로 감독은 그의 성장 가능성을 포착했다. 이언 킨슬러(은퇴)도 마이너리그 시절 수베로 감독의 손을 거쳐 메이저리그(MLB) 대표 2루수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꼴찌 한화가 수베로 감독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이미 빛나는 ‘스타급’ 선수나 팀에는 별 관심이 없다. KBO 1위 팀과 한화 두 구단에서 제안이 왔다 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한화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수베로 감독의 ‘육성법’은 조금 독특하다. 통상 유망주를 키우기 위해서는 잘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 하지만 그는 1군의 백업 선수뿐 아니라 2군으로 강등된 선수까지 동등한 출전 경기 수를 보장한다. 그는 “재능이 있건 없건 모든 선수에게 정성을 쏟아붓는 게 나만의 육성 기술이라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이 같은 수베로 감독의 철학이 벌써 한화에 스며들었는지도 모른다. 한화는 5, 6일 이틀간 열린 키움과의 연습경기에서 6-0, 8-0 연승을 거뒀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이번 시즌 가을야구에 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걸 100% 다 쏟아붓겠습니다.”

대전=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한화#수베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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