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김영환, 늦바람보다 무서운 ‘슛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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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평균 13.4득점 커리어 하이
작년 발목수술 성공으로 ‘가뿐’
최근 5경기선 17.4점에 덩크까지
KT 상위권 이끌며 2위도 욕심


“아픈 데요? 이제는 없어요(웃음).”

세는나이로 38세가 된 KT 김영환(사진)은 맹활약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건강’이라고 대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3월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됐을 때 김영환은 수년 전부터 통증을 일으켰던 오른 발목 뼈 조각 제거 수술부터 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아픈 데 없이 농구를 하며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였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괴롭히던 통증이 사라진 덕분에 비시즌 훈련을 제대로 소화했고 결과는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시즌 김영환의 평균 득점(평균 13.4점)은 ‘커리어 하이’여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다. 평균 출전시간(33분 9초)도 14년간의 프로 생활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건강한 김영환’의 존재감은 최근 더 돋보이고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휴식기(지난해 11월 20일∼12월 1일) 전후로 KT는 7연승을 달렸다. 주위에선 대단하다고 했지만 ‘7연승’은 KT엔 조심스러운 단어이기도 했다. 꼭 1년 전 7연승으로 한껏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5연패에 빠지며 6위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이다. KT는 이번 시즌에도 7연승 뒤 2연패를 겪으며 직전 시즌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 4승 1패를 거둬 안 좋았던 기억을 빠르게 지워버렸다.

김영환은 이 5경기에서 평균 17.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연패에서 벗어난 현대모비스전(지난해 12월 20일)에서는 경기 종료 5.4초 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데뷔 후 첫 덩크슛’을 성공시켰고, 이후 2경기에서 각각 20점, 28점을 몰아넣었다. 4일 현재 KT는 14승 12패로 오리온(15승 12패)에 반 경기 차 뒤진 4위에 올라 있다.

“동생(후배)들이 잘하지만 1년 내내 그럴 순 없어요. 동생들이 처질 때 제가 좀 더 힘을 내면 또 동생들이 힘을 낼 ‘타이밍’이 와요. 이 빈틈이라도 잘 메워줘야죠(웃음).”

위기를 잘 벗어나면서 목표도 높아졌다. 최근 8연승을 달린 KCC가 1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 보장되는 2위를 노리고 있는 것. 김영환은 “최근 경기를 치르며 자신감이 붙었다. 현실적으로 정규리그 2위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14년 만에 처음 선보였던 덩크슛을 앞으로도 보여줄 수 있을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고 싶다는 김영환이 ‘조건’ 하나를 내세웠다.

“처음 정규리그 경기에서 덩크슛을 했는데 관중석에 텅 비어 마음도 허전했어요. (코로나19가 종식돼) 팬들이 있는 ‘따뜻한 경기장’에서 좀 더 신나게 덩크슛을 하고 싶습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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