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뛰는 사람 많고 뛰어야할 사람도 많고… 재확인된 벤투호 허리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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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8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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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등의 문제로 뛰지 못한 황인범 등을 떠올린다면 중원의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코로나 확진 등의 문제로 뛰지 못한 황인범 등을 떠올린다면 중원의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벤투호의 오스트리아 2연전이 마무리됐다. 지난 15일 북중미의 터줏대감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던 대표팀은 이어진 17일 아시아 신흥강호 카타르전에서 2-1로 승리하면서 1승1패로 원정 평가전을 마쳤다.

카타르전은 1948년부터 기록된 한국 축구대표팀의 A매치 500번째 승리라 더 의미 있었다. 한국축구는 지금껏 929회의 A매치에서 500승228무201패를 기록 중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선수 구성이 쉽지 않았던 일정이었다. 김민재(베이징 궈안)와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승규(가시와 레이솔) 등은 소속팀의 반대로 아예 차출이 불발됐고 김진수(알 나스르)는 소집 전 확진으로 또 조현우(울산)와 권창훈(프라이부르크) 등은 소집 중 확진으로 함께 필드를 누빌 수 없었다.

주축들이 상당수 빠진 가운데 벤투 감독은 생소한 조합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어려움 속에서 특히 수비라인은 조직력에서 허술함이 많이 엿보였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의조(보르도)와 황희찬(라이프치히) 등 빅리그를 누비는 삼각편대의 공격력은 확실히 포스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든든함을 안긴 것은 역시 중원의 풍성함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대 강점을 꼽자면 2선에 배치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번에도 재확인됐다.

벤투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중원 조합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가용 인원이 많지 않던 상황에서 수비진은 이주용(윤종규)-권경원-원두재-김태환이 거의 붙박이로 뛰어야했으나 허리라인은 조합도 바꾸고 형태도 변형을 주면서 다각도로 실험했다.

가장 안정감을 준 플레이어는 팔방미인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벤투 감독의 원조 황태자 남태희(알 사드)였다.

2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던 이재성은 특유의 헌신적이고도 왕성한 활동량과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로 팀에 꼭 필요한 나사 역할을 했다. 사실상 1년 만에 손발을 맞추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조직적인 면에서는 매끄럽지 않을 수 있었는데, 필요할 때마다 이재성이 요소요소 나타나 패스길을 이어줬다.

남태희는 확실히 공을 잘 찼다.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 부임했을 때부터 공격적인 재능으로는 으뜸으로 꼽았던 남태희는 멕시코전 때는 교체로,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는 선발로 출격해 공격형MF 역할을 맡았다. 특히 카타르리그 알 사드 소속인 만큼, 카타르전에서는 더 강한 임팩트를 자랑했다. 두 선수 외에는 다양한 이들이 시간을 배분받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기본 축은 정우영(알 사드)이었다. 기성용의 대표팀 은퇴 후 동 포지션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이가 된 정우영은 멕시코전에서는 수비라인 깊숙하게 내려가 5백을 이끌었고 카타르전에는 기존의 중앙 조타수를 맡았다.

그와 함께 주세종(FC서울)과 손준호(전북)이 중원을 누볐는데 2020시즌 K리그 MVP 손준호는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살리고 있는 분위기다.

공격적인 임무 쪽에서는 이강인(발렌시아)이 조커로서 활약했다. 이강인은 2경기 모두 후반 30분 무렵에 교체로 필드를 밟았다. 그리고 많은 팬들이 ‘감질 맛’을 호소했을 정도로 짧을 시간 동안 번뜩이는 재능을 선보였다.

스페인 라리라를 누비는 이강인도 시간을 쪼개 받을 정도의 상황이지만 사실 진짜 경쟁 구도도 아니다. 만약 황인범(루빈카잔)이 있었다면, 권창훈과 나상호(성남)이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더 복잡해졌을 공산이 크다.

이미 잘 뛰는 선수들이 많은데 벤치에만 앉아 있기에는 아까운 선수들도 뒤에 많이 있으니 감독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 들 상황이다. 다른 포지션으로 나눴음 싶을 정도로 풍성한 벤투호의 허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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