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한국-일본]“말보다 마음 열고 상대방 이해해야… 조금씩 다가서면 접점 찾을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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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아사히신문 공동기획
한국 프로야구 코치 지낸 이토 쓰토무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한 야구연습장에서 만난 이토 쓰토무 코치. 그는 8년 전에 한국을 경험했지만 지금도 한국 선수들이 인사를 하러 온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한 야구연습장에서 만난 이토 쓰토무 코치. 그는 8년 전에 한국을 경험했지만 지금도 한국 선수들이 인사를 하러 온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린 지 30일로 2년이 된다. 이 판결 이후 한일 정부는 지속적으로 대립했지만, 풀뿌리 교류를 통해 양국을 잇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하는 4명의 경험과 생각을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공동 기획을 통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양사 기자들이 공동 진행했으며, 두 신문에 같은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한일 양국에서 야구는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 중 하나다.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이토 쓰토무(伊東勤·58·주니치 드래건스 수석코치) 씨는 은퇴 후 한일 프로야구에서 모두 지도자를 경험했다. ‘야구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하는 한국 구단에서의 경험을 되돌아봤다.

―2012년 서울이 본거지인 두산에서 수석코치로 일했다. 왜 한국 야구계로 갔나.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일본 대표팀 총괄코치로 참가해 한국과 5경기나 치르면서 강함을 피부로 느꼈다. 한국은 어떤 야구를 하는지 관심도 있었다.”

―한국 구단에서 실감한 차이점이 있나.

“충격 받은 건 식사였다. 연습 도중에 이렇게 많이 먹느냐고. 한국에선 인사가 ‘식사하셨습니까’였다. 그만큼 중요해 충분히 시간을 갖는다.”

―한국에서 ‘이건 멋지다’고 생각한 게 있나.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가 팀원 모두에게 피자를 대접한다. 승리 투수나 홈런을 치는 등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가 전화로 주문한다. 나만의 힘이 아닌 여러분 덕분에 오늘 활약할 수 있었다는 감사로서. 그게 좋았다.”

2012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
때의 이토 쓰토무 코치(왼쪽).
2012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 때의 이토 쓰토무 코치(왼쪽).


―선수들과 의사소통은 잘됐나.

“언어 장벽이 있고, 통역도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전달되고 있는지 불안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이 말이 아니라 내 눈을 보고 느낌으로 알아들었다. 일본어로 지도해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정도가 됐다.”

―한국 선수의 특징은….

“역시 정이 많다. 익숙해지면 더 가르쳐 달라고 한다. 지도하고 있던 포수는 일본어로 ‘오토상(아버지)’이라고 불렀다. 8월이었는데 주전 선수가 ‘코치님, 할 얘기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아당겼다. 어두운 라커룸에 들어가 불이 켜지는 순간 선수 모두가 케이크를 둘러싸고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불렀다. 내 생일이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국 선수들과 어떻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나.


“일본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에 가 처음에는 ‘위로부터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그런 말을 듣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여기는 한국이니까,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말하는 방법을 바꿨다. 이렇게 했다가 내가 실패했으니, 안 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말했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야구 인생에 영향을 미쳤나.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일본에서 막 지도자가 됐을 때 나의 생각을 강요할 때가 많았다. 한국을 포함해 여러 가지 경험을 했고,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하게 됐다.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들으며 내가 경험한 것을 조언한다. 마음을 여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말이 아니라 얼굴 표정이나 눈, 자세를 통해서도 상대방의 이해를 얻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상대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일한 관계에도 딱 들어맞는 지적이다.

“일본의 문화를 한국에 강요할 수 없고, 한국의 문화를 일본에 납득시키는 것도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다가서면, ‘이것은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 찾을 수 있다.”



이토 쓰토무는 누구
―1962년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출생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고교 졸업
―세이부 라이온스 감독(2004∼200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 대표팀 총괄 코치(2012년),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2012년), 지바 롯데 감독(2013∼2017년)
―일본 프로야구 베스트 나인 10회, 골든글러브상 11회 등 수상. 야구의 전당 입성(2017년)

나고야=나카노 아키라(中野晃)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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