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적응 완료’라는 말이 성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위타선에서 활약하다가도 상위타선으로 올라가면 침묵하던 모습까지 벗어냈고, 처음으로 밀어서 홈런을 만들었다. 애런 알테어(29·NC 다이노스)가 팀이 바라던 모습에 다가섰다.
NC는 2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7로 이겨 4연속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선발투수 이재학이 5.1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고 불펜도 여전히 흔들렸지만, 장단 14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4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5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을 올린 알테어의 활약이 돋보였다. 4회말 무사 1루 볼카운트 2B-2S서 롯데 선발투수 댄 스트레일리의 5구 속구(145㎞)를 밀어 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4호 아치. 2-1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선 2타점 좌전적시타로 리드를 벌렸다.
NC는 올 시즌에 앞서 알테어와 총액 100만 달러(약 12억 원)에 계약했다. 4번타자 겸 중견수로 공수에서 활약해주길 기대했다. 공공연히 우승을 노린다고 밝힌 만큼 최고의 타자를 데려오는 데 주력한 결과물이 알테어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았던 수비는 문제없었지만, 타석에선 달랐다. 타율은 5월 한때 0.172까지 떨어졌다. 중심타선에 대한 부담을 강하게 느끼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알테어는 이날 경기 전까지 클린업트리오로 나서서는 33타수 5안타(타율 0.152)에 그쳤다. 반면 7번 타순에서 타율 0.349(43타수 15안타), 8번 타순에선 타율 0.364(55타수 20안타)로 펄펄 날았다. 연봉 상한액을 꽉 채워 데려온 외국인타자에게 마냥 하위타선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 깊었다.
최근 들어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가 보였다. 알테어는 최근 10경기서 타율 0.303, 4홈런, 8타점으로 기세를 올렸고, 이동욱 감독은 한 번 더 믿음을 보냈다. 선수가 벤치의 믿음에 응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성적이다. 알테어는 4번 타순에서 첫 홈런을 때리며 포효했다. 특히 시즌 처음으로 밀어 친 홈런이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알테어의 밀어 친 타구 타율은 0.207에 지나지 않았다. 규정타석을 채운 53명의 타자 중 41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약점까지 극복했다.
NC가 알테어를 데려온 이유는 분명하다. 에릭 테임즈(워싱턴 내셔널스)도 못했던 ‘우승 청부사’ 역할을 바라고 있다. 알테어는 팀이 바라는 모습에 거의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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