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퍼즐’ 올림픽 가세…2021년 여름, 연쇄이동 불가피하다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25일 0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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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대회다. 선수 약 1만1000명이 참가해 16일 간 30개 이상 종목의 세계선수권이 동시에 진행된다. 거대한 퍼즐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5일 일본 NHK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2020년 여름을 겨냥해 준비해왔던 그 거대한 퍼즐이 별안간 2021년 여름으로 일정을 옮긴다. 다른 이벤트들의 연쇄이동이 불가피하다.

IOC는 지난 24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공동 성명서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을 2021년 여름으로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결국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가 불발됐다.

올림픽 역사상 취소가 아닌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1916년 독일 베를린, 1940년 일본 도쿄, 1944년 영국 런던 대회(이상 하계) 그리고 1940년 스위스 생모리츠, 1944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대회(이상 동계)는 모두 전쟁 때문에 아예 취소됐다.

질병이 가로막은 것 역시 124년 긴 흐름 속 최초의 사건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때 신종 플루, 2016년 리우 하계 올림픽 때 지카 바이러스가 올림픽을 흔들기는 했으나 끝내 완주를 마쳤다. 코로나19가 전쟁 버금가는 재앙이라는 방증이다.

IOC는 어떻게든 예정된 기간에 개최하길 희망했다. 미루면 당연히 손해가 크다. 스포츠 경제학자인 일본 간사이대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는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될 경우 약 6400억엔(7조3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정상 개최 시에 얻는 유무형적 플러스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손해 폭은 더욱 커진다.

워낙 단위가 크기에 돈이 가장 큰 문제지만, 돈만의 문제도 아니다. 바흐 위원장 표현처럼 ‘거대한 퍼즐’이 2021년 여름으로 이동하며 이미 자리 잡고 있던 퍼즐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2021년은 세계육상선수권과 세계수영선수권이 열리는 해다. 동하계 올림픽, FIFA 월드컵과 함께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라 불리는 큰 대회다. 수영선수권은 7월16일부터 8월1일까지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육상선수권은 8월7일부터 8월16일까지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펼쳐질 계획이었다.

만약 2020년 7월24일부터 8월9일 치러지기로 했던 도쿄올림픽이 정확하게 1년 연기된다면 두 대회와 다 겹칠 수밖에 없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수영 및 육상선수권이 자리를 비켜줄 전망이다.

이미 세계육상연맹(IAAF)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도쿄올림픽을 2021년으로 연기하기로 한 IOC와 일본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내년 올림픽 일정에 대해 협조할 준비가 됐다”는 뜻을 밝혔다. 수영선수권 역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일본에서 열리기에, 올림픽 전후 개최가 유력하다.

2021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가 8월8일부터 19일까지 중국에서 열린다는 것도 고려해야할 대상이다. 단일 종목의 세계선수권인 육상과 수영선수권보다도 주목도 등에서는 떨어지나 다양한 종목들이 펼쳐지는 종합대회라는 측면에서 U대회 역시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홀수’ 연도는 스포츠 메가 이벤트가 덜한데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이 스포츠로 뜨거운 여름이 될 전망이다. 이미 유럽축구연맹과 남미축구연맹은 유로2020과 코파아메리카 2020년 대회를 1년 연기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두 대회 모두 2021년 6월11일 무렵 개막해 한 달 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계 올림픽과 겹치진 않는다. 하지만 2021년 7월7일부터 8월1일까지로 준비 중인 여자유럽축구선수권은 도쿄올림픽의 영향을 받거나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올림픽 여자축구는 남자종목과 달리 23세 이하 연령 제한이 없다. 만약 여자 유로 대회와 도쿄올림픽 일정이 조율 없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여자축구 강호들이 대거 몰려 있는 유럽 국가들이 자신들의 대표팀을 어느 대회에 보내야 할 것인지 고민될 상황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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