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무득점 사슬 끊은 손흥민, 다시 치열한 전쟁터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28일 05시 30분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8경기에서 침묵했던 손흥민(오른쪽)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전 전반 16분 선취골을 뽑아냈다. 이제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으로 복귀해 다시 골 사냥에 나선다. 사진은 콜롬비아전 득점 직후 이청용과 포옹하는 손흥민. 스포츠동아DB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8경기에서 침묵했던 손흥민(오른쪽)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전 전반 16분 선취골을 뽑아냈다. 이제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으로 복귀해 다시 골 사냥에 나선다. 사진은 콜롬비아전 득점 직후 이청용과 포옹하는 손흥민. 스포츠동아DB
전반 16분, 중원에서 볼을 가로챈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전진 패스를 등지고 받은 황의조(27·감바 오사카)가 몸을 돌리며 볼을 오른쪽 측면으로 연결했다. 수비수 두 명이 따라붙은 가운데 상대 문전으로 질주한 ‘캡틴’은 통렬한 오른발 킥을 날렸다. 상대 골키퍼의 손끝을 맞은 공은 골 망을 출렁였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웃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50·포르투갈)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평가전에서 손흥민, 이재성(27·홀슈타인 킬)의 릴레이 포로 2-1 승리를 챙겼다.

A매치에서 손흥민이 득점포를 가동한 건 지난해 6월 독일과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2-0) 이후 9개월여 만이자 9경기 만이다. 벤투 감독에게 첫 골을 선물하며 가슴을 짓누르던 부담을 털어낸 그는 ‘스마일 보이’로 돌아왔다. 골 세리머니도 풍성했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두 팔을 머리 위로,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모으며 하트를 연거푸 그렸고, TV중계 카메라에 입술자국을 선명하게 남겼다.

그만큼 간절했다. 22일 볼리비아와 친선경기(1-0·울산)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슛(6회)을 하고도 득점을 못한 손흥민은 “좋은 경기를 했으나 골을 넣지 못해 민폐를 끼쳤다”고 고개를 숙였다. 골 가뭄이 심했던 터라 이날 득점은 더욱 반가웠다.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 시리즈에서 ‘손흥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윙 포워드가 아닌 최전방에 배치했는데 선택은 옳았다.

혹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한 손흥민의 전쟁은 계속된다. 이제는 소속 팀에서의 치열한 경쟁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까지, 27일 영국 런던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의 스케줄은 빡빡하다. 당장 4월에만 8경기를 치른다.

토트넘은 다음 달 1일(한국시간) 리버풀(원정)~4일 크리스털 팰리스(홈·이상 리그)~10일 맨체스터 시티(홈·UCL)~13일 허더스필드(홈·리그)~18일 맨시티(원정·UCL)~20일 맨시티(원정)~24일 브라이튼(홈)~27일 웨스트햄(홈·이상 리그)을 만난다. 2018~2019시즌 정규리그에서 30경기를 소화한 토트넘은 3위(승점 60)에 랭크됐으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하다. 31경기에서 승점 76을 얻은 선두 리버풀, 30경기를 치른 2위(승점 74) 맨시티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토트넘은 다음시즌 UCL 출전권이 걸린 4위권 안착, 올해 UCL 우승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다행히 손흥민은 부담이 떠난 자리에 자신감을 채웠다. 2월 도르트문트(독일)와 UCL 16강 1차전 이후 소속팀에서 5경기째 침묵 중이나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그다. 손흥민이 잠잠하자 토트넘도 하향세를 탔다. 새로운 안방, 뉴 화이트하트레인에 입주한 토트넘은 최대한 높은 곳에서 시즌을 끝내려 한다.

마지막 힘을 끌어내야 할 시기. 올 시즌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37경기(리그 컵 포함)에서 16골·9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어느 역할이든 주어진 몫이 있다. 소속 팀에서도 측면과 전방을 모두 뛴다”며 “내 영역이 아니다. 포지션이 무엇이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담담하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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