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웃은 고진영, 2년차 징크스는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25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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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어메이징 데이(Amazing Day)!”

자신의 표현대로 ‘놀라운 하루’였다.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대회 마지막 날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올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6656야드)에서 25일(한국시간) 끝난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 달러·약 17억 원) 최종라운드에서 기나긴 선두 싸움 끝에 22언더파 266타를 기록하고 우승상금 2억5000만 원을 챙겼다.

● 우승 발판이 된 15번 홀 투온


고진영은 단독선두 류위(24·중국)에게 4타 뒤진 15언더파 공동 4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했다. 전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치며 쾌조의 감각을 뽐낸 뒤였지만, 선두는 물론 2위 카를로타 사간다(29·스페인), 3위 앤젤 인(21·미국)과 격차 역시 각각 3타와 1타씩 벌어진 터라 우승 경쟁은 쉽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고진영은 3라운드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핀 공략을 통해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에만 버디를 3개 낚은 뒤 후반 11번 홀(파5)과 14번 홀(파3)에서 차례로 버디를 잡으면서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찾아온 운명의 파5 15번 홀. 이때까지 류위와 제시카 코다(26·미국)를 1타 차이로 뒤쫓던 고진영은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낸 뒤 투온 공략을 고민했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약 260야드.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고진영은 고심 끝에 3번 우드를 꺼내들었다. 우승을 향해 던진 마지막 승부수였다. 이내 호쾌한 스윙으로 높게 떠오른 공은 그린 앞 러프를 몇 번 튕겨 내려가더니 그린 위를 구르며 핀 근처까지 도달했다.

결정적인 찬스를 잡은 고진영은 과감한 이글 퍼트로 공을 컵 바로 옆에 붙인 뒤 버디를 낚으면서 공동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어 16번 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하면서 단독선두로 등극했다. 챔피언조의 류위와 시간다 등이 이후 고진영을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더 이상의 뒤집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 미국 본토에서 처음 웃은 고진영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희망찬 2년차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2017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비회원 신분으로 첫 승을 올렸던 고진영은 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2월 ISPS 한다 호주 오픈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뒤 약 1년 만에 미국 본토에서 통산 3승을 완성하며 자신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또한 올 시즌 4개 대회 중 우승과 준우승, 3위를 각각 한 차례씩 기록하며 2년차 징크스는 없음을 증명했다.

먼저 경기를 끝낸 뒤 혹시 모를 연장전을 준비하던 도중 우승 소식을 접한 뒤 펄쩍 뛰어오르며 기뻐한 고진영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다소 수줍은 영어 실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놀라운 하루(Amazing Day)였다”면서 활짝 웃었다. 이어 LPGA 투어와 인터뷰를 통해 “어제와 오늘 모두 노보기 플레이를 해 기쁘다. 특히 미국 본토에서 차지한 첫 번째 우승이라 더욱 뜻 깊다.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와서 외로움도 많이 느꼈지만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우승을 축하해준 전설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은 1950년 LPGA 투어를 설립한 13명의 창립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2011년 처음 마련된 대회다. 매년 여러 창립자들이 직접 이 대회를 관전하는 전통으로도 유명하다. 고진영은 “내가 지금 LPGA 투어를 뛸 수 있음은 모두 창립자들 덕분이다. 2년차 신예로서 창립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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