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급도 되지 않는 최고 인기스타…이 악물어야할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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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2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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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지난 1월 18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NAS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오른쪽 뒤는 파울루 벤투 감독. © News1
대한민국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지난 1월 18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NAS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오른쪽 뒤는 파울루 벤투 감독. © News1
지난해 10월 파주NFC에서의 일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축구계에 훈풍이 불 때였다. A매치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만원 관중이 들어섰고, 심지어 훈련을 진행하는 파주NFC에도 선수들을 보기 위해 팬들이 찾는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했을 때다. 그날도 파주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렸다.

바쁘게 팬들 사이를 오갔던 기성용은 공식행사 후 “지금의 이 열기가 감사하고 너무 좋다. 어린 선수들은 이런 분위기가 처음일 텐데 (나보다)더 좋을 것”이라면서 “경기력에 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이런 인기를 굳이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지금의 열기와 인기를 즐기고 누렸으면 좋겠다”고 기쁨을 표했다.

하지만 이내 “이러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눈에 보이는 지금에 취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을 전했다. 대표팀 전체를 향한 말이기도 하고 더 뜨거운 관심을 받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기도 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때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벤투호를 향한 뜨거운 시선의 온도는 꽤 식었다. 59년 만의 우승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2019 UAE 아시안컵에서 8강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허니문도 끝났고 거품도 걷혔다. 새로운 출발선 앞에 놓인 벤투호의 3월 A매치 2연전(22일 볼리비아, 26일 콜롬비아)이 중요한 이유다. 선수를 향한 스포트라이트 방향도 바뀌었다.

기성용과 대화를 나누던 그 무렵 한국 축구 최고의 인기스타는 이승우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A팀 자원으로 급부상한 이승우는 특히 젊은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마치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했다. 통통 튀는 플레이, 스타일, 언변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승우를 보기 위한 팬들이 축구장을 찾았을 정도다. 하지만 달라졌다.

벤투 감독이 3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7명의 명단을 발표하던 11일 오전 파주NFC. 질문의 다수는 18세 발렌시아 미드필더 이강인에게 향했다. 예견됐던 일이다. 이전부터 A팀에 발탁해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벤투 감독의 선택과 함께 역대 7번째 최연소(18세20일)로 선발되자 질문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 외에 역시 생애 첫 A매치 발탁의 영광을 받은 백승호(지로나), 오랜 부상으로 고생하다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권창훈(디종),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활용법, 베테랑 이청용(보훔)의 역할론 등이 조명됐다. 이날 27명의 명단 중에는 이승우의 이름이 분명 들어 있었으나 그를 향한 어떤 조명도 없었다. 마치 뽑히지 않은 것처럼.

2부리그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중심 이탈리아 프로리그(세리에B)에서 뛰고 있고 언제나 팬들의 관심을 받는 스타성을 지닌 이승우가 이토록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워낙 이강인의 기가 센 타이밍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곱씹어야할 계기이기도 하다. 질투가 아닌,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날 만난 한 축구인은 “인기는 바람 같은 것이다.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라면서 “인기를 가지고 대표팀에 들어올 수는 없다. 결국은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승우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팬들의 환호보다 필드 안에서의 능력”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자존심 센 이승우가 귀담을 필요가 있는 충고다.

이승우는 분명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벌써부터 손흥민을 정점으로 삼아 권창훈, 이승우, 백승호 그리고 이강인이 팀을 꾸리는 황금 미드필더진을 상상하는 팬들이 적잖다. 그 그림 속에 이승우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수준에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인기는 유한하다. 하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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