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그들을 말한다] 서울 SK 전희철 코치 “코치 11년의 철학? 세월이 변하듯 농구도 변한다”

정지욱 입력 2019-01-11 05:30수정 2019-0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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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전희철 코치(오른쪽)는 2008년 현역 은퇴 후 11년째 코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남자프로농구 10개 구단 코치 가운데 가장 오랜 경력을 지녔다. 문경은 감독의 오른팔인 그의 지도 철학은 “감독님의 철학을 따르는 것”이다. 스포츠동아DB
서울 SK 전희철(46) 코치는 남자프로농구 10개 구단 코치 가운데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한다. 2008년 현역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11년째 코치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세월이다.

매너리즘에 빠질 만도 하지만, 전 코치는 “나태해 질 수 없는 자리”라고 말한다. 프로스포츠 각 구단은 매일 승패에 따라 운명이 뒤바뀐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도 승자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전 코치가 속한 SK의 처지가 꼭 그렇다. SK는 2017~2018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며 영광을 누렸지만 2018~2019시즌에는 주축선수들의 잇단 부상 악재 속에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우승을 한 행복감에 젖어있었던 것이 불과 8개월 전이다. 지금은 성적이 안 좋으니까 그 안에서 뭔가를 찾아가려고 한다. 매번 성적이 좋다면 나타해질 수도 있겠지만, 승부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래서 지도자는 늘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 “‘까라면 까’ 시대는 갔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코치 가운데에 가장 경력이 오래된 코치다


“그런가? 2008년에 은퇴하고 지도자가 됐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세월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때를 기억하는가?


“선수와 지도자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처음에는 모르는 모험을 시작하는 기분이랄까. 지금이야 어떻게 시즌을 준비해나가고 어떤 상황에서 (문경은) 감독님과 의견을 나눠야 할지 판단을 하지만, 사실 지금도 정답은 없다. 매년 훈련 방식에 대해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하지만 ‘어떤 방식, 어떤 농구가 딱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시대가 바뀌듯 지도방식, 훈련법도 바뀌어야 하고 그에 맞춰 지도자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도자들의 지도방식 자체에도 차이가 클 것 같다

“물론이다. 내가 코치생활을 시작할 때만해도 강압적으로 ‘이렇게 해’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요즘 선수들을 혼내려면 그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얘기하고 설득을 시켜야 받아들인다. 농구 기술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개인 성향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야한다. 예전엔 ‘까라면 까’가 통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코칭스태프 간의 역할과 분위기 자체도 많이 바뀌지 않았나?


“맞다. 과거에는 코칭스태프 미팅이라고 해도 감독의 지시를 코치들이 받아서 훈련시키는 분위기였다. 문 감독님은 코치들과 의견을 나누고 상의를 많이 한다. 훈련 방식을 어떻게 하고 경기 준비에 있어서도 상대 팀에 따라 추가하는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한다. 문 감독님은 온화하고 여유가 있어서 코치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나랑은 나이차이(2살)가 얼마나지 않고 선수 때부터 친했던 사이라 내가 월권을 행사한다고 한 때 오해를 받기도 했다. 불편한 사이라면 10년을 같이 하고 있겠나. 우리 팀은 평상시에도 코칭스태프 간에 대화가 많은 편이다. 술자리에서도 농구 얘기를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서울 SK 전희철 코치. 스포츠동아DB

● “김선형은 우리 때도 아무도 못 막을걸?”

-코치 생활이 길어지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느슨해 질수도 있지 않은가


“일반 직종은 인사이동이 있지 않나. 농구 코칭스태프는 인사이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매 시즌 성적이 다르다보니 느슨해질 틈이 없다. 불과 8개월 전 우승한 행복감에 젖어있다가도 올해 성적이 안 좋으니까 경기력을 찾아가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엄청 빨리 가는 느낌이다. 내가 코치 시작한 게 2~3년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 넘었다.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과정,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재미도 찾을 수 있다. 공부할 것도 넘쳐난다. 요즘에는 유튜브 검색만 해도 NBA팀 전술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샌안토니오의 패턴을 자주 본다. 거기서 우리 팀 선수들에게 맞는 부분을 접목시키고, 전술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연구하기도 한다.”

-요즘 선수들의 기량이 농구대잔치 세대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농구대잔치 시대를 대표하던 스타이자 지도자로서의 생각은 어떤가?

“크리스마스 때 문 감독님이 양복 입고도 3점슛을 잘 넣지 않는가. 요즘 선수들은 3점슛을 연속으로 5개 넣는걸 보기 어렵다. 그러나 요즘 선수들의 기량이 우리 세대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슈팅을 놓치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 같다. 신체조건이나 기량은 떨어지지 않는다. (김)선형이는 우리 세대 때 있었더라도 아무도 못 막았을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농구가 바뀌었다. 우리 때는 수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수비하면서 공격도 해야 하고 수비 강도도 높다. 활동량도 많고… 요즘 농구가 체력 부담이 크다. 우리 세대 선수들이 지금처럼 농구하라고 하면 40분을 풀로 뛰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차이가 있을까?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NBA를 볼 수 있다. 우리 세대에는 NBA를 보기가 쉽지 않았으니 그냥 우리가 잘 해보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저 빅맨에게 볼을 넣고 나오는 공을 던지는 것이 끝이었다면 지금은 전술 자체가 다양해졌다. 예전과 똑같이 빅맨에게 볼을 넣었다가 빼는 공격을 한다고 해도 지금은 어느 위치에서 볼을 받아야 할지까지 정한다. 오프시즌 훈련도 착실하게 해야 한다. 기술은 요즘 선수들이 훨씬 좋다. 우리 때는 경기 중에 훅슛을 쏘거나 레그스루(가랑이 사이로 드리블 치는 동작)만 해도 혼났다. 지금은 스킬트레이닝까지 받는다. 우리 세대 선수들이 따라갈 수 없다. 다만 우리 때는 팀플레이 위주로 하다보니 동료들을 먹여살려주는 농구가 된 거고, 지금은 일단 개인이 잘해야 하는 농구랄까….”

-자신만의 지도 철학도 있을 것 같다

“코치가 철학이 어디 있나. 감독님의 철학을 따라 선수를 지도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내 농구는 이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시대가 변하고 농구도 변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한다. 단, 분명한건 선수를 믿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선수를 믿을 수 없다면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것만큼은 시대가 바뀐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 전희철 코치는?

▲ 생년월일=1973년 6월 26일 ▲ 출신교=대방초~삼선중~경복고~고려대 ▲ 프로선수 경력=오리온(1997~2002년), KCC(2002~2004년), SK(2004~2008년) ▲ 프로통산 성적=472경기 5604점(평균11.9점)·1871리바운드(평균4.0개)·926어시스트(평균2.0개) ▲ 지도자 경력=SK 2군 감독 및 전력분석코치(2007~2010년), SK 사무국 운영팀장(2010~2011년), SK 수석코치(2011~현재)

용인|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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