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이 형 꿀팁 덕분에 공도 삶도 확 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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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우승’ SK 불펜의 핵 김태훈

프로야구 SK 김태훈은 포스트시즌 들어 강심장을 앞세운 눈부신 호투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들었다.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기뻐하고 있는 김태훈.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자신의 투구 영상을 수없이 돌려 봤다는 그는 “내가 봐도 ‘어떻게 던졌지’ 싶은 공이 있다”며 웃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프로야구 SK 김태훈은 포스트시즌 들어 강심장을 앞세운 눈부신 호투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들었다.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기뻐하고 있는 김태훈.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자신의 투구 영상을 수없이 돌려 봤다는 그는 “내가 봐도 ‘어떻게 던졌지’ 싶은 공이 있다”며 웃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김)광현이 형이 올해는 마지막에 사인하라고 하더라고요.”

SK 투수 김태훈은 연봉 협상을 언급하자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연봉 4000만 원을 받은 그는 “나는 원래 30초 만에 협상이 끝나는 선수다. 그냥 들어가서 이름 쓰고 나오면 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SK 불펜의 간판으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내가 올해 투수 고과 1위라고 들었다. 광현이 형이 투수 고과 1위 한 선수는 마지막에 사인하는 거라고 알려줬다”며 “구단에서 신경 써주시면 금방 할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과 함께였다.

김태훈은 올 시즌 보직을 가리지 않고 마당쇠 역할을 해냈다.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 11이닝 1실점 호투로 쌓아왔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정규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5.49(7위)로 취약했던 SK 불펜이 포스트시즌에서는 평균자책점 2.84로 5개 팀 중 가장 강했던 중심에는 김태훈이 있었다.

2009년 SK 1차 지명으로 기대를 모은 김태훈은 지난해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며 좀처럼 제 기량을 찾지 못했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한 6시즌 동안 1군 등판 경기 수가 63경기에 불과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김태훈은 김광현에게 캐치볼 파트너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잘하고 싶어서 무작정 광현이 형을 찾아갔는데 너무나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한 달간 너무 신나서 매일 캐치볼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특훈(?)으로 김태훈은 완전히 달라졌다. 직구 평균 구속 시속 140km대에 결정구가 없던 투수에서 평균 145km 직구에 가파르게 휘는 슬라이더를 갖춘 좌완 기교파 투수로 재탄생했다. 그는 “전에는 슬라이더를 던질 때 궤적에 집중했는데 광현이 형이 ‘직구는 160km로, 슬라이더는 170km로 던진다고 생각하고 더 세게 뿌려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렇게 던지다 보니 구속이 많이 늘고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강팀 두산을 마주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서 긴장도 많이 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한국시리즈 1차전 7회를 꼽았다. 팀이 5-3으로 앞선 7회 등판한 김태훈은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김재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왔다. 그래도 더그아웃에 와서는 ‘일부러 그랬다’고 괜히 허세를 부렸다. 형들이 ‘변태냐’면서 어이없어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 날에는 아버지처럼 따르던 힐만 감독과 작별하면서 눈물을 삼켰다. 그는 “감독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 가방을 싸고 계셨다. 5월에 감독님이 ‘너는 제구만 잡히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구위를 가졌다.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말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다. 마지막으로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었는데 야구 선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프로야구#sk#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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