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에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내가 한국대표팀을 맡을 때부터 이 선수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분명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선수다.”
적잖은 새 얼굴이 합류한 벤투호 3기 멤버들 중 새내기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호주 원정에 임하는 이가 이청용이다. 어느덧 서른이 됐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데뷔전을 치른 뒤 80번째 A매치를 앞두고 있으니 베테랑이라는 표현도 무리 없는 선수다. 현역 선수들 중 그보다 대표팀이 자연스러울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소집은 그 어떤 때보다 각오가 특별할 이청용이다. 새로운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 호출됐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엔트리 낙마 후 다시 입는 대표팀의 붉은 저지다. 무엇보다, 아주 오랜만에 소속팀에서 잘 뛰다가 대표팀에 들어오는 것이라 자신도 팬들도 기대가 자못 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호주 브리즈번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치른 4차례의 평가전에서 2승2무(코스타리카 2-0, 칠레 0-0, 우루과이 2-1, 파나마 2-2)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상승세를 이어가야할 경기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원정경기라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기대할 수 없고 기성용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등 주축들이 여럿 빠진 터라 베스트 전력이라 부를 수 없다. 그 빈자리를 김정민, 나상호, 황인범, 이진현, 박지수, 이유현 등 젊은 피들이 대신 채우고 있다. 의욕과 패기는 드높고 그 속에서 의외의 신데렐라가 출현할 수도 있으나 경험 부족이 주는 부담을 털어내지 못하면 자칫 좋은 흐름이 깨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시선이 향하는 인물이 이청용이다. 구자철과 함께 기성용이나 손흥민이 맡았던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한다. 리더십이야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닌 선수다. 오히려 더 큰 관심은, 또 기대는 ‘플레이어 이청용’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독일 분데스리가2 보훔으로 이적한 이청용은 최근 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는 등 빠르게 주전 자리를 꿰찼다. 출전에 그치는 게 아니다. 윙어로 또 공격형MF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이청용은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벤치만 달구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상황이다.
전 소속팀에서 전력 외로 분류되면서, 맞물린 기간 동안 대표팀에서의 이청용의 활약상도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때문에 스스로도 만족할 수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던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이 이청용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보고 싶어 마지막까지 저울질했으나 끝내 최종명단에서 제외시켰던 것은 그만큼 경기력 자체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조건이 달라졌다.
소속팀서 ‘잘 뛰다’가 대표팀에 들어오는 이청용의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기록을 찾기도 어렵다. 대표팀에서도 보훔에서 보여준 플레이가 나온다면, 진짜 ‘블루드래곤’의 비상이 가능할 수 있다. 당연히 벤투호에게도 플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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