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동료 뒤에서 10년, 이젠 쨍쨍 빛나야죠”… 두산 주전 굳힌 최주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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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피나는 체력 훈련 빛나… 타격 물올라 타율-타점 등 상위권
수비땐 주로 2-3루 백업 나서… 5월부터 1루도 맡아 명장면 연출

올해 생애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프로야구 선두 두산의 최주환. 타격이 매서울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1, 2, 3루에 공백이 생기면 어디든 출격이 가능한 그는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올해 생애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프로야구 선두 두산의 최주환. 타격이 매서울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1, 2, 3루에 공백이 생기면 어디든 출격이 가능한 그는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후반기 1위요? 우승도 문제없습니다.”

최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프로야구 두산 최주환(30)의 목소리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1위 두산은 17일 현재 2위 한화에 6경기 차로 앞서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얼마 전엔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외인 타자도 보강해 선두 질주 준비를 마쳤다.

두산의 고공비행에는 최주환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현진(LA 다저스), 김현수(LG), 황재균(KT)이 프로에 뛰어든 2006년 황금세대 출신인 그는 지난 10년 가까이 묵묵히 두산에서 백업 역할을 도맡았다. “다른 팀에 가면 당장 주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눈 한번 팔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 주전 지명타자로 올라선 그는 이번 시즌 한층 물오른 기량을 펼치고 있다.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에요. 한 지인이 ‘그래도 강팀서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경쟁하는 거잖아’라고 위로해준 게 큰 힘이 됐어요. 쟁쟁한 선배들을 좇다 보면 나도 언젠가 쟁쟁한 선수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웃음).”

올 시즌 타격 실력만큼은 ‘커리어 하이’가 유력할 정도로 훌쩍 성장했다. 전반기 타율 0.325(19위), 타점 66점(8위), 3루타 6개(2위) 등이 모두 상위권이다. 데뷔 후 처음 두 자릿수 홈런(14개)도 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굵은 땀방울의 결과다. 지난겨울 서울 송파구의 한 헬스장에서 뒤로 누워 몸을 ‘∩’ 모양으로 만든 채 10∼15m씩 오가는 훈련을 하며 파워를 길렀다. 경기 도중 수비를 하다가 오른손 검지 부상을 당했는데 검지를 편 채 역전 3점 홈런을 때리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근성만큼은 최고인 최주환은 14일 ‘팬 투표 올스타’에 뽑혀 별들의 잔치에 초대받기도 했다. “홈런더비에 나갔는데 하나밖에 못 쳐 쑥스러워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더 잘하고 싶습니다(웃음).”

1루수로 로맥 안타 다이빙 캐치하는 최주환. KBSN TV화면 캡처
1루수로 로맥 안타 다이빙 캐치하는 최주환. KBSN TV화면 캡처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로 오재원(2루), 허경민(3루) 수비 백업을 하던 최주환은 5월엔 길이 덜 든 빳빳한 1루 미트까지 끼었다. 오재일, 파레디스(퇴출) 등이 부진해 1루수 자리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어색할 만도 했지만 5월 31일 SK전에서 강타자 로맥의 직선타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명장면을 만들었다. “‘실수해도 원래 내 포지션이 아니라 욕은 덜 먹겠지’ 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하니 몸도 자연스럽게 타구에 반응했어요.”

최주환은 다음 달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의 108명 예비엔트리에 2루수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명단에선 빠졌다. “제 이름이 대표 명단에 언급된 것 자체만으로 상당히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앞으로 더 잘해야죠.”

인터뷰를 마치며 선수로서 목표를 묻자 최주환은 ‘뿌리 깊은 나무’를 언급했다. 한번 자라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이후 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열매든 꽃이든 피우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아직 (제) 꽃, 열매를 못 보여드렸습니다.”

살짝 미소를 지은 최주환이 동료들이 훈련하는 운동장을 향해 서둘러 달려갔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프로야구 두산#최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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