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 못 낼 막내들… 프로야구 ‘무서운 고졸 루키’ 풍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KBO리그 수준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 여파 중 하나는 뛰어난 신인 선수의 실종이었다.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한 대형 신인도 힘과 기술에서 프로 선배들을 이기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3∼5년 퓨처스리그(2군)를 경험하고 군 문제까지 해결한 뒤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게 하나의 코스처럼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정후(20·넥센)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신선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는 고졸 신인으로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에 111득점을 올렸다. 역대 KBO리그 신인 최다안타, 신인 최다득점 기록이었다. 신인왕은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2007년 임태훈(전 두산) 이후 10년 만에 나온 순수 고졸 신인왕이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은 ‘중고 신인’의 시대였다. 최형우(KIA·2008년), 서건창(넥센·2012년), 구자욱(삼성·2015년) 등 현재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는 선수들이 뒤늦게 야구에 눈을 떠 신인왕을 수상했다. 지난해 이정후에겐 따로 경쟁자라고 할 만한 선수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신인왕 레이스는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걸출한 순수 고졸 신인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1999년생 고졸 루키 가운데 가장 앞서 나가는 선수는 ‘천재 타자’라는 수식어가 달린 KT 강백호(19)다. 지난달 24일 개막전 첫 타석부터 KIA 헥터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린 강백호는 3일까지 9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런 4개를 터뜨렸다. 3일 넥센전에서는 4회 행운의 2루타로 1타점을 추가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14에 12타점이다. 기술은 물론이고 강한 정신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김진욱 KT 감독은 “천재성이 있다.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한 번 당한 공에 두 번 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이날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둘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롯데 한동희는 ‘제2의 이대호’로 성장할 재목이다. 1일 NC전에서 천금같은 동점 3루타를 쳐내 팀의 7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한동희를 거포 3루수로 키울 작정이다.

투수에서는 삼성 양창섭과 두산 곽빈이 눈에 띈다. 양창섭은 지난달 28일 KIA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고졸 신인이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된 건 2014년 하영민(넥센) 이후 4년 만이다. 중간 계투로 나서고 있는 곽빈은 4경기에서 1승을 거뒀다. 3일 LG전에서도 8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해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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