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꼭 닦고… 파스타 먹고… “이래야 경기 잘 풀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결전 앞둔 태극전사들 다양한 습관

큰 대회를 앞둘수록 자그마한 변수에도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 선수의 심리다. 자신만의 템포를 잃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기 위해 선수들은 저마다 다양한 루틴(반복하는 동작)을 유지하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체육회가 소개한 선수들의 이색 루틴, 징크스들을 모아봤다.

144명의 한국 선수단 중 눈에 띄는 루틴 신봉자는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영미(27), 김경애(24) 자매다. 대회를 앞두고 늘 교회를 다녀온다는 김영미는 훈련 때부터 최대한 같은 패턴을 유지하려 애쓴다. 경기장에서 화장실도 항상 같은 칸을 쓰고, 노래도 같은 노래만 듣는 식이다. 언니를 따라 컬링을 시작한 김경애도 이에 못지않다. 대회를 앞두고는 머리 묶는 모양부터, 아침 식사 메뉴 등 일정한 패턴을 유지한다. 김 자매는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최대한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유지하려는 선수들도 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호준(28)은 경기 당일 발을 깨끗하게 씻고 닦는다. “발이 청결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빅에어의 이민식(18)은 경기 전날 밤에 얼음물에 온몸을 담근 상태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얼음물 찜질을 한 뒤로는 절대 휴대전화를 만지지 않는다. 최고의 경기를 치르기 위한 자신만의 의식이다. 여자 쇼트트랙 김예진(19)은 경기 전 손톱을 단정하게 정리한다. 같은 팀의 맏언니 김아랑(23)은 경기 전 “이미 나는 내 할 일을 다했다. 내 마지막까지 훈련에 다 쏟았으니 이제 져도 할 수 없다”는 문구를 되뇌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음식과 관련된 각종 루틴 내지 징크스도 있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신상우(31)는 경기 전 꼭 파스타를 챙겨 먹는다. 경기를 잘 풀어가기 위해선 탄수화물 섭취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같은 팀의 김원준(27)은 반대로 경기를 앞두고 절대 스파게티를 먹지 않는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골리 신소정(28)도 라커룸에 비치된 스낵들을 가급적 먹지 않는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징크스 때문이다.

다양한 장비들을 활용하는 겨울스포츠의 특성상 장비와 연관된 루틴도 많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전정우(24)는 경기 때 반드시 젖지 않은 손목보호대를 착용한다. 젖은 손목보호대를 차고 찝찝한 마음으론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같은 팀의 박진규(27)는 오른쪽, 여자 아이스하키 엄수연(17)은 왼쪽부터 무장(각종 보호 장구)을 착용하는 습관이 있다. 경기 때마다 같은 기능성 옷, 양말 등을 착용하는 선수들도 많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선수들의 루틴도 있다. 남자 쇼트트랙의 맏형 곽윤기(29)는 아이스링크에 들어갈 때 스케이트를 신은 오른발로 얼음판을 꾹 누른 뒤 어깨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한다. 경기를 앞두고는 ‘1등을 하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고민을 한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자신만의 습관이다.

올림픽 신설 종목인 컬링 믹스더블의 이기정(23)은 경기 전 빙판 위 하우스(표적)의 정중앙인 ‘버튼’을 오른손으로 터치하곤 한다. 알파인스키의 김소희는 폴을 서로 겹친 상태로 바닥에 탁탁 내려친 뒤 경기를 시작한다. 경기장에서만 볼 수 있는 태극전사들의 승리의 주문이다.

강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평창올림픽#루틴#반복하는 동작#김영미#김경애#이민식#곽윤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