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환 “살인주먹 느낌 아직도 생생”… 카라스키야 “인생을 가르쳐준 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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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명승부’ 40년 맞아 해후

2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4전 5기 챔피언 홍수환 40주년 타이틀전 기념행사’가 열렸다.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왼쪽)이 1977년 11월 27일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겨뤘던 카라스키야와 마치 40년 전 그날처럼 포즈를 취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4전 5기 챔피언 홍수환 40주년 타이틀전 기념행사’가 열렸다.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왼쪽)이 1977년 11월 27일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겨뤘던 카라스키야와 마치 40년 전 그날처럼 포즈를 취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들의 눈빛은 어느새 40년 세월을 뛰어넘어 세계 복싱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친 바로 그날로 돌아가 있었다. 1977년 11월 27일 파나마의 복싱 메카인 뉴파나마 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초대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타이틀 결정전에서 맞붙은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67)과 엑토르 카라스키야 파나마 국회의원(56)이 2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타이틀전 40주년 기념행사에서 재회했다.

이들의 만남은 홍 회장의 지인인 축구 수집가 이재형 씨, 장규홍 ‘채널인’ 대표 등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왕년의 복싱 스타 김태식, 이형철 등 전 세계챔피언과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도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홍 회장은 당시 2라운드에 카라스키야의 강펀치에 4번이나 다운을 당한 뒤 3라운드에서 기적 같은 역전 KO승을 거뒀다. ‘4전 5기’의 신화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홍 회장은 “1라운드에서 카라스키야에게 맞았던 첫 펀치의 감을 아직도 느낀다. 정말 ‘아, 살인 주먹이구나. 내가 KO시키지 않으면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랜 기억을 더듬었다. 경기를 위해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과테말라, 파나마까지 가는 여정 동안 비행기 내에서 희극인 송해 선생님의 격려를 받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선 홍 회장은 애초 3라운드에 경기를 끝내려고 했었다. 그러다 당시 11전 11KO승 중이던 카라스키야의 강펀치에 2라운드 완전히 누울 뻔했다. 홍 회장은 “그 경기는 WBA가 ‘프리 넉다운’ 제도를 채택한 뒤 첫 경기였다. 그 ‘룰’이 없었다면 나는 졌다. 1라운드 더 뛴 걸로 지금 내가 먹고산다”며 “그래서 카라스키야의 존재가 감사하다. 그는 링에서 나에게 졌지만 인생에서는 진정한 챔피언이 됐다”고 의미를 짚었다.

카라스키야도 “40년 전 경기는 나에게 인생을 가르쳐줬다. 그 경기로 진 것은 진 게 아니라는 교훈도 얻었다. 둘 다 진정한 챔피언으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 회장은 “내년 41주년에는 내가 파나마로 갈게. 시의원, 시장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된 네가 대통령이 될 것을 의심치 않아. 고맙다”고 말했다.

카라스키야의 손을 잡은 홍 회장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복싱#홍수환#엑토르 카라스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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